'속앓이 하면서 버텼다'…부도난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북미회담 응원

기계식 연료펌프 1위 대화연료펌프, 재무구조 악화로 이달 초 부도
"대통령 의지 알기에 참고 버텼는데 폐쇄 기간 예상보다 너무 길다"
재가동에 한줄기 희망…"반드시 살아남아 재입주할 것"
정부의 적극적 태도 주문…"주도적으로 경제협력사안 이야기해야"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많은 기업이 망했고 망가지고 있다. 대통령의 진심만 보고 지금까지 속앓이하며 참았다."(유동옥 대화연료펌프 대표)

27일 여의도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유동옥 대화연료펌프 대표는 "개성공단이 오랫동안 닫혀 자금이 탕진돼서 체력을 잃었다"며 "개성공단 입주기업들도 (부도소식에) 더 오래 견딜 줄 알았다며 충격을 받았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3분의 1이 망했고 과연 몇개 업체나 더 살아남아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화연료펌프는 1988년에 설립된 자동차 엔진용 부품제조사로 기계식 연료펌프 1위 업체이자, 연료펌프 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다. 대화연료펌프는 2005년 개성공단 시범단지에 입주했고 공단이 폐쇄되기 전에는 500억원의 매출을 냈던 회사다. 유 대표는 개성공단이 폐쇄된 이후 당진과 인도에 합작공장을 설립하는 등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말 해외 거래처의 납입금 지연으로 어음 결제금액이 부족해진 상황에서 거래은행이 후취 담보 대출을 거절해 부도처리되고 말았다. 12일부터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고 부동산 매각과 함께 연내 회생절차 졸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 대표는 "개성공단에 두개의 공장이 있는데 공장 하나를 짓는데만 80억원 가량이 든다. 계열사까지 2개의 공장이 개성에 있었는데 본부 격인 공장이 닫히면서 피해가 커졌다"며 "베트남에 공장을 지어서 매출은 생겼지면 결국 불필요한 중복투자를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전적 손실보다 더 무서운 것은 고객의 이탈"이라며 "고객을 잃지 않으려고 당진에 대체공장을 가동시켰는데, 인건비가 (개성공단보다) 10배 이상 비싼데다 최저임금까지 올라서 납품하는 협력사들이 못하겠다고 문을 닫거나 인건비를 올려달라고 해서 비용 문제가 너무 크다"고 하소연했다.

유 대표는 "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고 정치 지형이 바뀌면서 개성공단이 빨리 열릴 줄 알았는데 폐쇄 기간이 너무 길어지고 있다"며 "재가동을 기다리면서 밑져가며 사업하는 곳들도 부채가 쌓이고 있고, 아예 손을 놓아버린 기업들도 상당수"라고 설명했다.

개성공단 기업들은 그럼에도 재가동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유 대표도 공단이 재가동된다면 다시 입주해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크다. 유 대표는 "반드시 살아남아서 개성공단에 다시 들어갈 것"이라며 "개성공단이 재가동되어야 하는 이유는 우리같은 152개 업체 뿐 아니라 우리 경제의 탈출구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입주기업들은 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개성공단 재가동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유창근 에스제이테크 대표는 "개성공단이 열리는 것은 시간 문제다. 개성공단이 재가동되지 않으면 남북관계도 회복하기 어렵다는건 정부도 잘 알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가 경협 주도권을 뺏긴 것은 엄청난 실책이었다. 북한에게 결국 얻어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유 대표는 "입주 기업들이 정상화되려면 최소한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개성공단을 믿고 다시 들어갈 준비 과정부터 정말 절실하다"며 "공단 시설 점검을 해서 바이어와 고객들에게도 얼마나 시간이 걸릴 지 알려줘야한다"고 말했다.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은 "우리 정부의 역할이 크다. 북·미가 나아가는데 먼 산만 쳐다봐선 안되고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경제협력사안을 이야기해야 한다"며 "종전선언에 준하는 제재 완화가 따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지 못하고 다른 교류사업을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핵폐기와 플러스 알파가 거론되더라도 경협에 대해서는 간략하게 언급할 것으로 본다"며 "부정적인 상황은 가정하지 않고 희망과 기대만 가지고 있다. 이 정도 분위기가 조성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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