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돈기자
전진영수습기자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전진영 수습기자] 또 다시 서울에서 차량 분신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두 달 새 3건째다.
잇따르는 분신 시도를 두고 일각에서는 베르테르 효과(유명인 또는 평소 존경하거나 선망하던 인물이 자살할 경우, 그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해서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 영등포소방서 등에 따르면 1일 오전 8시51분께 국회의사당 내 잔디 밭에서 이모(64)씨가 차량에서 불을 내고 분신을 시도했다.
사고 직전 이씨는 오전 8시48분께 흰색 옵티마 차량을 몰고 국회 잔디 밭으로 진입, 차에서 내린 뒤 전단지를 뿌렸다.
이씨가 살포한 전단지에는 '촛불연대, 태극기부대는 반목하기 보다는 무엇이 진정한 애국애족의 길인가를 모색하기 바란다', '적폐국회 바로 세워서 대한민국이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또 '국회의원 특권 폐지하라', '매년 수천 건의 법안을 발의하면 무엇하나, 90% 이상이 자동폐기 되고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어 이씨는 차량에 다시 탑승한 뒤 부탄가스 20여개를 이용해 차량에 불을 붙였으며, 3도 전신 화상을 입고 한강성심병원으로 후송됐다.
서울에서는 1월과 지난해 12월에도 분신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지난달 9일 택시기사 임모(64)씨가 '불법 카풀'을 근절해야 한다는 취지의 A4용지 기준 4장분량의 녹음 형태 유서를 남기고,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 도로변에서 분신했다.
당시 임씨는 광화문역 2번 출구 앞에 자신의 택시를 세워놓고 내부에서 불을 질러 분신을 시도했다.
즉각 출동한 소방대에 의해 불은 약 6분 만에 꺼졌지만,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임씨는 다음 날 오전 5시49분 결국 숨을 거뒀다.
임씨는 평소 카풀 서비스와 관련해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원망을 강하게 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10일에는 택시기사 최모(57)씨가 서울 여의도 국회 경비대 앞 국회대로 자신의 택시 안에서 몸에 인화 물질을 뿌리고 불을 질러 분신하기도 했다.
최씨는 주변 경찰관·소방관의 구조로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같은 날 오후 2시49분께 끝내 숨졌다.
최씨 역시 유서를 통해 “승차공유(카풀) 서비스 도입이 저지될 때까지 카카오 본사 앞에 내 시신을 안치해달라”며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강한 적개심을 나타냈다.
이처럼 사회적 불만을 가진 이들이 분신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이후 모방 사고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송재룡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잇따른 사고를 보면, 가장 고통스러운 방식인 분신을 시도했다는 것이 특이점”이라며 “국가나 자신이 속한 집단을 대변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이타적 분신을 시도했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이는 모방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전진영 수습기자 jintonic@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