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화기자
스테이크의 붉은색 액체는 피가 아닙니다. 스테이크의 풍미를 더해주는 육즙입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연말이 다가오면서 약속 많이 잡으시죠? 저녁 메뉴로 스테이크 많이 드시지요? 그런데 고기를 잘먹으면서도 스테이크는 못먹는다는 사람이 있더군요.왜 그러는지 물었더니 '피' 때문이라고 합니다. 피가 흥건한 스테이크에 대한 거부감이 문제입니다. 보통 스테이크의 붉은 피가 싫으면 '웰던'으로 먹는데 피에 대한 거부감이 심한 사람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습니다.스테이크의 굽기 정도인 '레어'나 '미디엄'으로 익혔을 때 접시에 흥건히 고인 피는 사실은 피라고 할 수 없습니다. 스테이크 접시에 남은 붉은 색의 액체는 '미오글로빈(myoglobin)'이라는 단백질의 일종입니다.미오글로빈은 일반적으로 포유류의 근육을 붉게 보이게 하는 혈색소로, 근세포 속에 있는 헤모글로빈과 비슷한 헴단백질로 철과 적색 색소를 함유하고 있으며, 근세포 속의 산소 저장체입니다.헤모글로빈이 혈액 속에 있는 산소를 운반하는 단백질이라면, 미오글로빈은 근육 속에 들어있는 산소 운반 단백질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미오글로빈은 근육 조직에 산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근육이 더 발달하고, 나이가 많은 동물일수록 더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닭살이 하얗게 보이는 것은 이 미오글로빈이 적기 때문입니다.가공된 고기에는 피가 남아있지 않습니다. 도축 과정에서 고기 속의 피는 모두 빼기 때문입니다. 갓 도축된 쇠고기는 미오글로빈의 본래 색이라 할 수 있는 진한 보라색입니다. 포장 과정에서 미오글로빈 속에 있는 철과 산소가 반응하면서 선홍색을 띄게 됩니다. 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피를 제거하는 것입니다.피를 제거하지 않으면 피가 응고되면서 바로 부패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위생을 위해서라도 피는 제거하고 유통시키는 것입니다. 따라서 선홍색의 고기가 신선하기는 하지만 보라색 고기도 그만큼 신선한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공 밀폐해 둔 고기의 색깔이 보라색을 띄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근육조직 덩어리인 고기를 구우면 근육조직이 변형·파괴됩니다. 그 과정에서 조직 내부의 붉은 색 미오글로빈과 지방 등 여러 성분들이 수분과 함께 녹아 액체 상태로 밖으로 빠져 나옵니다. 이 액체가 미오글로빈의 영향으로 붉은 색을 띄다 보니 피처럼 보이는 것이지요.스테이크는 '레어'로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육즙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제프리 사벨 미국 텍사스A&M대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기의 70% 정도는 수분인데 그 수분에 미오글로빈과 기타 물질들이 더해져 흘러 나오는 것이 육즙"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른바 '육즙'의 정체가 미오글로빈이었던 것이지요. 고기의 씹는 맛을 즐기기 위해서는 이 육즙이 나올 때 먹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쇠고기를 구울 때는 겉만 살짝 익혀서 먹기도 하지요.TV '먹방'을 보면, 유명 셰프들은 스테이크를 구운 뒤 반드시 '레스팅'을 하지요. 고기를 굽고 난 뒤 실온에 두고 잠시 기다리는 과정을 레스팅이라고 합니다. 굽는 과정에서 큰 압력을 받아 팽창했던 육즙이 안정돼 고기의 섬유질 속으로 골고루 퍼지도록 기다리는 것이지요.스테이크 먹을 때 늘 '웰던'만 고집했던 사람들은 '미디엄'이나 '레어'에 한 번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center><div class="slide_frame"><input type="hidden" id="slideIframeId" value="2018032009141090058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