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다 못할 이산가족 상봉…한 편의 詩로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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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공동취재단 기자] "너는 4살 나는 8살 우리는 그때 외갓집 마당가에 핀 살구나무 꽃그늘 아래서 헤어졌지. 네 초롱초롱 빛나던 눈동자에 어리던 그 푸른 하늘이 지금도 기억에 선명한데 네 볼우물에 감돌던 그 천진스런 미소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데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없었지."가족의 생사를 모른채 한평생을 살아온 기구한 운명을 산 남북 이산가족들은 구구절절한 마음을 시 한 편으로 달래기도 했다.오세영(77) 시인(서울대 명예교수,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은 북측 이종사촌동생 라종주(72)씨의 신청으로 이산가족 2차 상봉에 참가했다.오세영 시인은 "8살 때 당시 4살인 라종주를 만났던 기억이 생생하다"면서 "만나서 얘기를 하다보니 가족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라고 상봉의 소감을 전했다.시인은 상봉 첫날인 25일 라씨의 요청으로 직접 '사랑하는 동생 종주야'라는 제목의 시를 지었고, 둘째날인 26일 개별상봉 당시 라씨에게 직접 전달했다.오 시인은 개별상봉을 마치면서 "마지막 작별 상봉을 한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쓰인다"며 말을 아꼈다.북측 가족인 량차옥(82)씨도 직접 시를 구술하고 남측 동생 양경옥씨가 이를 받아 적어 취재진에게 전해졌다.김일성대 문학과를 졸업해 과학기술통신사에서 40년간 기자생활을 한 량차옥씨는 북에서 시집을 낸 시인이다. 이번 상봉에 책을 가져올 수 없어 대신 자신이 썼던 시를 남측 자매들에게 읊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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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시 전문'사랑하는 동생 종주야'너는 4살나는 8살우리는 그때 외갓집 마당가에 핀살구나무 꽃그늘 아래서헤어졌지.네 초롱초롱 빛나던 눈동자에 어리던그 푸른 하늘이지금도 기억에 선명한데네 볼우물에 감돌던 그 천진스런 미소가아직도 기억에 생생한데우리는 다시 만날 수 없었지.곧 전쟁이 일어났고사랑하는 사람들이 축어나갔고더 이상 고향에서 살 수 없게 된 우리는어딘가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고생사를 모른채 우리도70년을 헤어져 살아야 했구나.예뻣던 내 여동생 종주야이제 너는 일흔둘,나는 일흔 하고도 여섯몸들은 이미 늙었다만 아직도네 눈빛에 어리던 푸른 하늘과네 볼우물에 일던 그 귀여운 미소는여전하구나.종주야, 내 사랑하는 여동생아이제 우리는 다시헤어지지 말자그때 그날처럼 아직도그 자리에 서 있을 외가집 마당가살구나무 꽃그늘 아래서다시 만나자.다시는 그 끔찍한 민족의 시련을겪어선 안된다.그때 너는 4살 나는 8살.2018년 8월25일 금강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장에서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오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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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코스모스' - 양차옥우리집에 코스모스단장밑에 코스모스아롱다롱 고운 꽃우리엄마 가꾼 꽃엄마 따라 나도 함께곱게 곱게 가꾼 꽃엄마 꽃은 빨간꽃옥이 꽃은 노란꽃해해 마다 칠십년잊지 않고 피는 꽃우리 집에 코스모스담장 밑에 코스모스빨간 꽃은 피었는데우리 엄마 어데가고너만 홀로 피었느냐너만 보면 엄마생각너만 보면 고향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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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공동취재단 기자<ⓒ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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