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취재하며 새삼 느꼈다. 1977년에 태어나 행복하다고. 우리나라에서 열린 4대 스포츠 이벤트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 올림픽이 열렸을 때는 초등학생이었다. 서울 올림픽은 유년 시절 가장 인상적인 기억으로 뇌리에 각인됐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은 군대 제대 후 복학생일 때 열렸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운 좋게도 기자로서 한복판에 뛰어들어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었다. 현장에서 느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미소와 바람이 만들어낸 기적 같은 이야기였다.평창의 인구는 4만3000명을 조금 넘는다. 그 작은 도시가 역대 가장 성공적인 동계 올림픽을 치러냈다. 대회 장소였던 정선도 인구가 4만6000명에 불과하고 그나마 강릉 인구가 21만 명이다. 그러나 일손이 부족하지 않았다. 전국 각지에서 달려온 자원봉사자 1만4000여명이 이 작은 도시들에서 열린 큰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왔다.이들의 봉사와 헌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폐회식이 끝날 때까지 평창 동계올림픽을 끝까지 지킨 자원봉사자 김옥이(63), 최희수(23)씨는 동계올림픽 봉사를 마무리한 다음 각자 고향인 광주와 부산에 가서 1주일 정도만 쉬고 다시 평창으로 와 패럴림픽 자원봉사 활동을 한다고 했다.
‘2018 평창겨울올림픽’ 폐회식이 열린 25일 밤 강원도 평창군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신임 선수 위원이 자원봉사자의 공로를 치하하고 있다./평창=김현민 기자 kimhyun81@
평창 동계올림픽이 시작될 무렵에는 살을 에는 듯한 추위 속에 바람이 몰아쳤다. 하지만 자원봉사자들은 "춥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한결같이 "괜찮다", "자원봉사자 단복이 따뜻하다"고 대답했다. 그들의 헌신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도 인정할 정도였다. 바흐 위원장은 폐회식에서 또렷한 우리말로 "자원봉사자 여러분, 헌신에 감사합니다"라고 했다.경기장 시설에 대한 외국인 선수들의 호평은 황홀할 정도였다. 경기장들은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늘 논란이 됐다. 국내에서는 동계스포츠가 인기 없는데 많은 돈을 들여 새 경기장을 지을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런 만큼 잘 지은 경기장이라는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했다.남자 스켈레톤 경기에서 7위에 오른 독일의 악셀 융크(26)는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 빙질이 어떻냐고 묻자 "최고"라며 두 엄지 손가락을 들어보였다. 캐나다 대표선수로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3000m, 5000m, 팀추월 경기에 나간 이자벨 웨이드먼(22)은 강릉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에 대해 "매우 아름답고 빙질이 좋아 속도도 잘 나온다"고 했다.그의 말처럼 수많은 기록이 쏟아져 경기장 시설이 훌륭하다는 사실을 뒷받침했다. 빙상 종목에서 세계신기록 세 개, 올림픽 신기록 스물다섯 개가 나와 소치(올림픽 11개), 밴쿠버(세계 2개, 올림픽 21개) 때보다 더 많은 기록이 나왔다.올림픽은 끝났고 이제 패럴림픽이 남았다. 이희범 조직위원장은 "패럴림픽까지 잘 마무리해야 진정한 평창 대회의 성공"이라고 했다. 올림픽을 끝낸 자원봉사자들도 이제는 패럴림픽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한다. 평창이 쓰는 기적 같은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이다.박병희 기자 nu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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