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셧다운제 이중규제 일원화' 취지 청소년 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소위 상정조차 안돼국회 소관 상인위 '여성가족위원회' 주요당 간사 "규제완화 반대" 밝혀김병관 의원 "여성가족부, 공개 토론회 왜 안나오냐" 비판.. 여가부 "의견 청취 중.. 논의 참석할 것"
[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밤 12시, 듀랑고는 되는데 배틀그라운드는 못 한다?'8년째 케케묵은 대표적 게임 규제인 '강제적 셧다운제'로 인해 벌어지고 있는 '웃픈 현실'이다. 2011년부터 청소년 보호 명목으로 시행된 이른바 강제적 셧다운제는 당초 취지와 달리 '온라인 게임 철퇴법'으로 변질됐다. 모바일 게임 시장의 급성장 등 게임산업의 생태계 변화에 맞춘 게임 규제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이를 고민해야 할 국회 논의 테이블에서는 제외돼 논란이 일고 있다.21일 국회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여성가족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한 20여개 안건 중 지난해 11월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하자는 취지로 대표 발의한 '청소년 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빠졌다.여가위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정춘숙 민주당 의원실 측은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개혁'이란 큰 틀을 마련하긴 했지만, 청소년 보호가 우선"이라며 "원칙적으로 조금이라도 유해한 요소가 있다면 차단시키는 것이 적합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실효성 검토는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자유한국당 간사를 맡고 있는 윤종필 의원실 측은 보다 강경하게 반대했다. 의원실 측은 "셧다운제는 분명히 실효성이 있었다"며 "청소년을 보호하고 학습권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모바일 게임도 규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바른미래당 간사인 신용현 의원은 무엇보다 논의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신 의원실 관계자는 "셧다운제가 시행된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났고 시대가 변했다"며 "정부가 게임산업 육성에 힘을 싣고 있고 각종 부작용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던 만큼 재검토할 시기가 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행법이 '절대 선(善)'은 아닌데도 논의를 위한 소위 상정조차 안되는 상황은 의아하다"고 토로했다. 신 의원실은 이르면 오는 4월께 관련 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다.강제적 셧다운제는 8년 전 청소년 보호법 제26조에 따라 16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오전 0~6시 사이 온라인 게임을 제한한 강력한 규제다. 하지만 이미 게임산업 진흥법에 따른 '선택적 셧다운제'가 이미 마련돼 있는 상황이라 이중규제란 지적이 나온다. 실효성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게임물 등급과 관련 없이 모든 온라인 게임을 일괄 제한한 탓에, 청소년이 부모나 타인의 아이디 및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셧다운제가 국내 게임에만 적용된다는 점에서 해외 서버를 통해 서비스되는 온라인 게임만 즐기는 '사이버 망명'도 성행하고 있다.반면 셧다운제 도입으로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이 완화되고 수면권, 건강권이 보장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가위 전문위원은 셧다운제 개정안 검토 보고서에서 "초기 도입 시에는 청소년 및 게임업계 등 반발이 거셌으나, 5년 이상 운영돼면서 제도의 정착 및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제도 폐지에 따른 혼란과 부작용 발생 우려가 있는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셧다운제가 게임 산업에 미친 악영향은 극명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매년 발간하는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1년 6조2369억원(매출액 기준)에 달했던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 규모는 2016년 4조6464억원으로 역성장했다. 셧다운제 시행 5년 만에 1조5905억원 규모 시장이 사라진 셈이다. 반면 규제에서 제외된 모바일 게임 시장은 같은 기간 2684억원에서 4조3301억원으로 폭증했다. 특히 지난해 잠정 집계로는 모바일 게임 매출액이 온라인 게임을 처음으로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셧다운제가 '저격한' 온라인 게임 시장만 크게 위축된 셈이다.셧다운제와 관련한 논의를 거부하고 있는 정부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개정안을 발의한 김 의원은 최근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여성가족부를 겨냥해 "국회 및 관련 부처, 협회, 학회 등에서 수 차례 (셧다운제 관련) 토론회가 진행됐고, 거듭된 초대에도 불구 여가부는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며 "부모뿐 아니라 청소년, 업계 등 모두가 정책수용자인 만큼 사회 모두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꼬집었다.김성벽 여가부 청소년보호환경과장은 "셧다운제에 대한 입장은 변화가 없다"며 "내부적으로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가급적 업계 및 입법기관 등과의 논의에도 적극 참여겠다"고 밝혔다.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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