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전국시대]②중국이 역사적 영유권이라 주장하는 '남해 9단선', 정체는?

중국정부가 1953년, 공식지도를 배포하면서 등장한 '남해9단선(南海九段線)'. 상기한 지도에서는 굵은 붉은선으로 강조돼 있다.(사진=www.nansha.org.cn)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 간 벌어지고 있는 남중국해 분쟁의 중심에는 중국이 역사적 영유권이라고 주장하는 '남해9단선(南海九段線)'이 있다. 이 남해9단선은 사실상 남중국해 거의 전부가 자신들의 내해라 주장하는, 중국이 일방적으로 그어놓은 자국의 해양영토 분계선이다. 당사국간 협의도 없이 1940년대 일방적으로 발표한 분계선이다보니 당연히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 남해9단선이란 단어가 처음 나온 것은 1953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직후 중국이 새 지도를 반포하면서 나왔다. 그 전에 이 분계선은 국민당 정부 시절인 1947년, 11단선이란 이름으로 만들어졌으며 당시 국민당 정부는 이를 정부 공식지도로 제작, 출판했었다. 이 남해9단선 안에는 남중국해의 80% 이상이 포함된다.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난사군도(南沙群島)를 포함해 남쪽 끝으로는 싱가포르 해역 일대까지 중국의 내해로 표기돼있다.

중국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남해9단선 내에서 가장 격렬한 분쟁이 진행 중인 난사군도 일대. 각국이 주변 도서 일대 영유권을 서로 주장하고 있다.(사진=위키피디아)

문제는 중국이 남해9단선을 선포할 당시엔 동남아시아 국가들 대부분이 서구 식민지였다는데 있다. 일단 중국 바로 밑에 베트남은 1954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했고, 필리핀이 1945년, 말레이시아는 1957년, 인도네시아는 1949년 독립했다. 대부분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을 하면서 이들 국가들의 해양영토는 이전 식민지 시대 서구국가들이 설정한 영역을 토대로 구축됐다. 이것이 중국이 주장하는 남해9단선과 충돌하면서 분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실제로 동아시아 지역은 전 근대시기에는 해양영토라는 개념이 따로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서구식의 만국공법이 들어온 이후부터 향후 해양분쟁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들이 있었다. 우리나라와 일본 간 독도 및 동해 문제, 우리나라와 중국 간 서해 문제를 비롯해 동아시아 각 바다와 해양 도서지역이 분쟁에 시달리는 이유는 역사기간동안 한번도 해당 당사국들끼리 해양영토 분쟁을 협상해보거나 해양영토를 놓고 전쟁을 겪은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이 해양영토 선포를 목적으로 남중국해 일대 만들고 있는 인공섬 중 일부 모습.(사진=위키피디아)

이에 비해 16세기 대항해 시대 이후 해양영토 분계를 놓고 수많은 전쟁과 조약을 치른 서구에서는 해양영토 분계에 대한 각 당사국들 간 조약이 이미 많이 체결된 상태였기 때문에 동아시아 지역과 입장이 많이 달랐다. 이 문제에 대해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빨리 심각성을 받아들인 곳은 일본이었으며 일본은 이른바 '무주지 선점론(無主地 先占論)'을 펼치며 동아시아 각 지역의 도서지역을 자국 영토로 편입시켰다. 1868년,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이 가장 먼저 해양영토로 개척한 지역은 오늘날 홋카이도였다. 당시 러시아의 남하정책 시기 이 지역에 상주 주민이 없을 경우, 러시아가 무주지 선점론을 제기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 일본 정부는 홋카이도에 도시를 건설하고 강력한 이민정책을 폈다. 이후 대만, 오키나와로의 출병 뿐만 아니라 중국과 현재까지 분쟁지역인 센카쿠 열도, 독도 등 도서지역을 이 무주지 선점 논리에 따라 강제로 점령하고 영유권을 계속 주장했다. 중국의 남해9단선도 이러한 과거 일제의 일방적인 무주지 선점론과 유사한 형태로 발표된 분계선이라 할 수 있다. 남중국해 일대는 수많은 어획량은 물론 석유, 천연가스 등의 보고로 알려지면서 중국은 1980년대 이후 해양영토 분쟁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남중국해는 주요 교역선이 중국으로 들어오는 창구로 중국 입장에서는 일종의 '생명줄' 인식되고 있다. 향후 중국이 9단선 주장을 일방적으로 계속 밀어붙일 경우, 남중국해를 둘러싼 지역분쟁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관련기사>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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