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기자
▲소재향 세계은행 국장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국제기구도 실력 있는 여성들을 채용하려면 성평등 제도를 갖춰야 합니다. 여성과 남성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2014년 한국인 최초 세계은행(WB) 국장급 고위 관리직에 오른 소재향 세계은행 국장(56·사진)은 최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이처럼 말했다. 소 국장은 지난달 초부터 유엔(UN)과 함께 추진하는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2030 어젠다' 본부로 옮겨 임원으로 일하고 있다.세계은행은 실무자와 관리자 그룹의 여성 비율을 50%까지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현재는 실무자의 45%, 관리자의 38%가 여성이다. 소 국장은 "조직에서 소외 받던 계층이 조직 구성의 30%를 차지하는 순간부터 조직 구성원들의 태도와 행동은 이에 따라 변화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정량적 목표를 달성하고 이를 채용절차에 반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세계은행에서는 관리자를 뽑을 때 두 번의 인터뷰 절차를 거치는데 첫 번째 인터뷰에서 여성이 후보군에 없으면 다시 후보를 선정해 인터뷰를 진행해야 한다. 관리자들은 '블라인드' 면접 훈련도 받는다. 성별이나 인종 등이 적혀 있지 않은 이력서를 먼저 평가를 하고 성별 등을 모두 공개한 뒤 다시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다. 다행히 성별에 관계없이 같은 평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소 국장은 "유리천장을 뚫기 위해서 여성 혼자만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기관에서도 전체적인 사이클을 지지하는 네트워크와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은행은 조직 내 성평등 국제평가기준인 '경제적 양성평등(EDGE·Economic Dividends for Gender Equality)' 인증을 받은 첫 국제금융기구다. 숫자적인 기준을 포함해 전반적인 성평등 문화를 갖추기 위한 제도적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국제금융기구 최초로 입양이나 대리모 출산 비용도 지원하기 시작했다. 소 국장은 "기존 출산·육아휴직 기간을 늘리는 동시에 남성과 여성의 휴가 일수를 동일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부성휴가 확대는 여성의 경력개발을 지원하는데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계은행 내에서도 남녀 간 임금격차가 존재한다. 현재 세계은행은 지난 30년간 직원들의 보수와 성과를 분석해 남녀 임금상승 차이와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소 국장은 "중요한 일은 남성이 맡고 꼭 필요하지만 눈에 띄지 않는 일들은 여성들이 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세계은행 관리자들은 여성 직원들도 주목받는 업무를 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훈련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소 국장은 여성들에게 적극적으로 멘토를 찾아 나서라고 강조한다. 그는 "직무 평가를 받으면 남성의 경우 항상 협상을 통해 자신이 더 잘 했다고 어필하는 반면 여성은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협상을 하지 않는다"며 "절대로 가만히 있지 말고 더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고 항상 논의를 하고 나의 멘토를 직접 찾아가라고 얘기한다"고 말했다.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