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총 사업비 4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가 2400억원의 현금 기부채납을 결정했다. 불과 보름전 정비사업 추진시 현금으로도 기부채납이 가능하도록 한 관련법 개정안이 시행된 후 첫 확정 사업지다. 이와함께 조합은 사업 규모가 큰 만큼 부지 일부는 해외 업체에 설계를 맡겨 차별화된 디자인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주공1단지 아파트 전경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반포주공1단지(1ㆍ2ㆍ4주구)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과 서울시는 최근 정비계획안 협의 자리에서 당초 조합이 부담하기로 한 기부채납 15% 중 5%를 현금으로 바꾸는 방안에 합의했다. 서울시 역시 공공시설 건립시 비용이 들어가는 점을 감안해 토지 대신 현금으로 내는 안에 이견을 달지 않았다.앞서 서울시는 이달초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에 따른 후속조치로 재개발ㆍ재건축 등 정비사업 추진시 현금으로도 기부채납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도로나 공원 등 건물, 대지와 같은 기반시설로만 가능했지만 선택의 폭을 넓히고 사업 부지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공공 역시 불필요한 기반시설 대신 현금을 활용해 다양한 공공기여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확보했다. 서울시는 추산액 4조6000억원을 걷어 도시재생 등 공공수요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반포주공1 조합 역시 당초 부지의 15%를 내놓을 예정이었지만 가구 규모에 비해 사업면적이 크지 않아 이중 5%를 현금으로 전환했다. 이를 통해 처음 배정받은 용적률 270%를 285%로 높일 수 있게 됐다. 인근 압구정 지구의 용적률 조정 범위가 230%부터인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높게 책정된 셈이다. 현재 조합은 지상 5층, 2090가구 규모의 단지를 지하 4층~지상 최고 35층, 총 5388가구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기부채납 현금 규모는 2400억원으로 강북권 소규모 정비사업 총 사업비와 맞먹는다. 현재 서울시가 현금 기부채납을 협의 중인 2~3군데 재건축 사업장의 기부채납 예정비(800억~1000억원)를 모두 합쳐도 2배가 넘는다. 나머지 기부채납 10%는 전체 66개동 중 1개동을 그대로 남겨 주거역사박물관으로 해결한다. 한강변 일대에 위치한 108동으로 내부는 리모델링을 통해 정비가 이뤄진다. 일부 조합원이 재건축 후 미관상의 이유로 반대에 나섰지만 용적률 혜택이 큰 데다 설계 시뮬레이션 결과, 주거단지 조망권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기부채납하기로 했다. 특히 조합은 108동과 한강변을 연결하는 구간을 지상공원(덮개공원)으로 만드는 설계안은 해외 업체에 맡긴다는 방침이다. 사업 규모가 큰 만큼 국제 공모를 통해 차별화된 디자인을 연출하기 위해서다. 해외 업체 선정에는 서울시와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설계사인 ANU건축이 나선다.세부적으로는 덮개공원 외 단지 내 문화공원, 주거역사박물관, 세미나홀 등 4곳이 대상이다. 4개 사업지는 모두 국제 공모로 설계를 진행할 예정으로 이중 덮개공원의 기본설계는 서울시가 지원한다. 서울시는 조합과 협의 후 연내 공모에 나서 내년 상반기 내 현상설계를 끝낸다는 계획이다.정비업계에서는 이번 협의로 부지 면적이 확보된데다 용적률까지 늘어나 사업성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비만 4조3000억원, 이주비 등 금융비용까지 포함하면 7조~8조원이 투입될 예정으로 지난 20일 진행된 시공사 선정 현장설명회에는 삼성물산을 제외한 국내 10대 건설사가 모두 참여했다.조합은 오는 9월4일 시공사 입찰을 진행, 같은달 28일 시공사를 최종 선정한다. 앞서 조합은 내년 부활 예정인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공동사업시행 방식을 택했다. 건설사와 조합이 리스크를 분담하는 것으로 건축심의를 받으면 시공사 선정이 가능해 최대 3~4개월의 사업기간을 앞당길 수 있다.서울시 관계자는 "대규모의 현금 기부채납이 이뤄지는 첫 사업지로 향후 다른 정비사업장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서울시 내부에서도 반포주공 기부채납 활용안에 대한 추가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라며 "한강변을 대표하는 단지인데다 재건축에 대한 주민들의 의지도 높아 조속한 사업 추진이 예상된다"고 밝혔다.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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