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용호상박 혈투' 신한·KB…'이제부터 진검승부'

'상반기 1등' 신한VS '2분기 역전' KB…양 지주 경상이익 8000억원대로 사실상 같아 '영업력' 전쟁

[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국내 금융권의 '양대 산맥'으로 통하는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가 20일 나란히 상반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말 그대로 '용호상박' 승부를 펼쳤다.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불과 1%대 차이로 우열이 갈렸다. 사실상 두 지주사의 체력이 엇비슷해지면서 양측 모두 '진검 승부는 이제부터'라며 전열을 다지는 모양새다.이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각 지주사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신한금융은 1조889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지주사 설립 이래 최대 실적이다. 같은 기간 KB금융은 1조860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마찬가지로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양 지주사의 '자존심 혈투'에 업계 관심이 쏠린 가운데 상반기 기준으로는 신한금융이 200억원대의 미세한 차이로 겨우 앞섰다. 하지만 2조원에 육박하는 반기 당기순이익 규모를 감안하면 겨우 1%대 차이에 불과하다.2분기만 떼놓고 보면 KB금융이 9901억원, 신한금융이 892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KB금융이 신한금융을 약 1000억원 차이로 따돌리면서 2015년초 이후 9분기 만에 '골든크로스'를 이룬 셈이다. 그러나 이 역시 KB손해보험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일회성 이익(염가매수차익) 1210억원이 포함된 것을 감안하면 완벽한 승리라고 보긴 어렵다.양 지주사의 실적 내역을 살펴보면, 신한금융은 특유의 강점으로 평가되는 리스크 관리가 돋보였다. 지난 1분기 약 3000억원에 달하는 신한카드 충당금 환입요인을 제외하더라도 그룹 대손비용율이 지난해 상반기(0.52%)의 절반 수준인 0.25%에 그쳤다. 리스크 관리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면서 실적을 방어한 셈이다.반면 KB금융의 경우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따른 재무적 성과가 돋보였다. KB증권, 손해보험, 캐피탈 등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키면서 지분율 상향에 따른 비은행 부문 실적이 그룹 전체 실적 상향을 견인했다.

(왼쪽부터)윤종규 KB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업계에서는 "두 거대 공룡 지주사의 몸집이 비로소 같아졌다"는 평이 나온다. 양 금융지주의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경상이익을 살펴보면 8000억원대 초반으로 사실상 체력이 같아진 셈이다. 신한금융은 '안정적 성장'을 기치로 전 자회사를 아우르는 균형적 포트폴리오를 더욱 강화했다. KB금융은 그간 약점으로 꼽혔던 수익성을 크게 개선하면서 관련 지표도 훌쩍 뛰었다. 지난 상반기 KB금융의 그룹 기준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1.76%를 기록하면서 신한금융의 12.2%(신한카드 충당금 제외 10.5%)에 비견되는 지표를 달성했다.두 지주사의 시가총액도 실적 발표를 앞두고 하루 사이로 엎치락뒤치락했다. 전날 시총에서는 신한금융이 다소 앞섰으나 실적발표 당일 다시 뒤집혔다. 이날 종가기준 KB금융이 기총은 23조9996억원, 신한금융은 23조9945억으로 각각 집계됐다.이처럼 두 지주사가 거의 같은 수준의 체력을 갖추면서 오는 연말에는 '영업력'에 따라 단기 승패가 갈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내년부터 새 국제회계기준(IFRS9)이 도입되면 유가증권 거래에 따른 차익이 순이익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경상이익 규모가 더욱 중요해진다.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디지털 등 부문에서 얼마나 의미있는 실적을 창출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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