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후폭풍]소비늘어 경제활성화냐, 장바구니 물가자극이냐

지난 1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11차 전원회의 모습(사진=연합뉴스)

노동연 보고서 "최저임금 인상땐 소비증가 견인 못해"최저임금 안 지키는 업체 많아, 미수율부터 줄여야 물가 오르면 중산층 구매력 줄어 부작용 최소화해야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조은임 기자]"소득주도 성장의 큰 모멘텀(전환점)이 될 것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으로 결정된 직후,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을 경제성장의 기폭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지난 10여년 간 최저임금 인상은 실제 가구소비 증가까지 이어지지 못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번 인상 역시 소비 증가→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분수효과'는커녕 물가만 끌어올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내년도 물가상승률은 6년래 최고치인 2%대로 뛰어오를 전망이다.17일 한국노동연구원이 2015년 말에 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0~2013년 최저임금 인상은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가구의 소비를 증가시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가구주가 최저임금 미만인 가구의 총지출은 평균 105만원으로 가구주가 최저임금을 초과하는 가구의 총지출(230만원)을 절반 이상 밑돌았다.같은 기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득변화 역시 크지 않았다. 최저임금의 95% 미만을 받던 근로자의 절반은 다음 해에도 계속 최저임금의 95% 미만을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소비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가구소득을 증가시키지 않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미수율이 매우 높아, 법정 최저임금이 높게 인상되더라도 근로자의 임금이 그만큼 오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이는 정부가 강조해 온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소득주도 성장'과 엇갈리는 분석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16.4%로 200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2020년 1만원 공약 달성을 위한 연평균 인상률(15.6%)도 웃돈다. 정부는 이를 통해 '경제 성장'과 '소득 불평등 완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목표다.그러나 분석결과를 살펴보면 오히려 단기간에 최저임금을 올리기보다 현재 13.7%(2016년기준)에 달하는 미수율부터 줄여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같은 분석에서 미수율이 4~5%대였던 2001~2004년만 따로 살펴볼 경우, 최저임금 인상이 가구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경향이 나타났기 때문이다.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은 향후 물가 상승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은행은 내년도 물가상승률로 1.9%를 내다봤지만, 향후 제품 생산단가 등이 올라가면서 물가안정목표인 2%대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최저임금 10% 인상시 물가는 0.2~0.4%포인트 오를 것으로 추산됐다. 이번에 결정된 상승분 16.4% 적용하면 물가상승율이 최대 0.65%까지 높아질 수 있다.물가가 오르면 그만큼 최저임금 영향권 밖에 있는 중산층의 구매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연간 물가상승률은 2012년 2.2%를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보여 2015년 0.7%까지 떨어진 바 있다. 여기에 영세자영업의 인건비 부담 등까지 겹쳐 고용문제로 번질 우려도 나온다. 노동연구원은 최저임금이 15% 인상될 때 높아지는 인건비 부담을 0.8%포인트로 추산했다.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영세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상승을 반영해 가격을 올릴 수 없는 업종인 경우가 많다"며 "최저임금 상승이 물가상승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보다 오히려 고용문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봉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4인 이하 음식숙박업의 인건비 부담은 4%포인트 이상 증가한다"며 "저임금 노동시장 개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면 이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반면 국내에서 이뤄진 조사와 달리,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란 해외 연구들도 있다. 앞서 2009년께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은 최저임금이 1달러 늘어나면 근로자 가구의 분기당 소비지출이 800달러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지출 증대로 이어지면서 오히려 일자리 창출에도 큰 효과를 발휘한다는 설명이다. 조슬기나 기자(세종) seul@asiae.co.kr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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