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부당 평가' 사실로…193일간 실직한 종업원들은 무슨 죄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아시아경제 DB, ※기사와 직접적 관련은 없음)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면세점 사업자 선정과 관련한 11일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에 가장 분한 사람들은 아마도 실직했던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잠실점) 직원들일 것이다. 앞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지난해 6월26일 영업을 종료하면서 종업원 1300명은 졸지에 일자리를 잃었다. 월드타워점은 2015년 11월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 경쟁 과정에서 탈락해 문을 닫게 됐다. 당시 한 신입사원은 "취업준비생 1년 반, 계약직 1년을 거쳐 면세점 입사에 성공했고 1년 동안 정말 누구보다 열심히 일해 지난해 정규직으로 전환됐는데 6개월 만에 일하는 월드타워점이 문을 닫는다"며 "가족들이 깊이 염려하고, 폐점 준비를 하는 나도 '잉여 인력'이 되는 것은 아닌가 두렵다"고 답답한 심정을 밝혔다.김해공항점에서 근무하다 2014년 월드타워점으로 직장을 옮긴 서영희 지배인은 "부산에서 서울로 근무지를 옮기라는 통보를 받고 막막했지만 두 아들과 함께 서울로 올라와 이제 겨우 자리를 잡고 적응했다"며 "이제 또 근무지를 옮겨야 한다"고 탄식했다. 이는 롯데그룹 입장에서도 당황스러운 일일뿐 아니라 엄청난 리스크였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당시 "상상 못한 일이 일어났다"며 "99%가 나 때문"이라며 황망함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그러면서 "롯데면세점이 협력 업체 포함 3000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그 사람들에 대한 고용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외관(아시아경제 DB)
경영진·직원들을 더욱 허탈하게 만든 것은 객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은 일부 업체의 선정이었다. 이번 감사원 감사에서 관세청이 심사 과정에서 점수를 부당하게 매겨 순위가 뒤바뀐 사실이 밝혀졌다.1차 '면세점 대전'으로 불린 2015년 7월 심사 당시 관세청은 서울 시내 신규 대기업 면세점 2곳으로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를 선정했다. 감사 결과 관세청이 평가 점수를 부당하게 산정해 심사위원들에게 제공,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정당한 점수보다 많은 점수를 받았고, 호텔롯데는 고배를 마셨다. 국내 1위 면세점 사업자인 호텔롯데가 탈락한 심사 결과는 당시 예상 밖으로 받아들여졌다.2015년 11월 2차 '면세점 대전'에서도 롯데가 쓴맛을 봤다. 특허 만료 사업장에 대한 심사 결과 롯데월드타워점 특허는 두산에, SK워커힐면세점 특허는 신세계DF에 넘어갔다. 롯데면세점은 서울 소공 본점 특허는 재승인받았으나 막대한 투자를 집행한 월드타워점 특허를 잃어 충격에 빠졌다. 반면에 유통 사업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두산은 예상 밖 호재를 만났다. 2015년 두 번의 특허 경쟁에서 잘못된 심사로 탈락한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서울 시내 면세점 추가 결정으로 마침내 올해 1월5일 월드타워점 영업을 재개했다. 영업 종료 이후 193일 만이다.
다만 롯데면세점이 모든 짐을 덜어낸 것은 아니다. 관세청은 지난해 4월 서울 시내 면세점 4개를 추가로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감사원 감사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경제수석실에 2015년 12월 신규 특허 발급을 지시했고, 이후 경제수석실 지시를 받은 기획재정부가 2016년 1월 시내면세점을 추가하겠다고 보고했다. 기재부는 관세청에 4개 추가 검토를 요청했다. 관세청의 용역 결과 지난해 추가 가능한 면세점 수는 1개였다. 이에 관세청은 자료 왜곡을 통해 4곳 추가 방침을 정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현대백화점면세점, 신세계DF, 호텔롯데, 탑시티면세점이 신규 면세점으로 선정됐다.롯데면세점은 월드타워점 부활을 위해 면세점 추가를 로비했다는 의혹의 시선을 받기도 했다. 롯데는 신동빈 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독대,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금 지원 등과 맞물려 재판을 받는 중이다.이에 대해 롯데 측은 "롯데면세점이 재승인 심사에서 탈락하기 전부터 신규 특허 발급 논의가 있었고 신 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독대 시점 역시 신규 면세점 추가 방침이 나온 후"라고 해명하고 있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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