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삼성 진술' 압박에 재판부 '증인 위축' 우려한 이유

박상진, 헌법 보장된 '증언거부권' 행사…특검 '사법무시' 지적, 삼성 '재판 성실대응 변함없어'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증인이 위축될 수 있으니 잠시 나갔다가 들어오라."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 공판에서 재판부는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에게 자리를 피해 줄 것을 당부했다. 박 전 사장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특검 측 질문을 받았지만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에 특검 측은 "증언거부는 사법제도를 무시하는 삼성그룹 관계자들의 오만한 태도를 여실히 보여준다"면서 박 전 사장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재판부가 특검 측의 '사법제도 무시' 주장에 동의하지 않고, '증인 위축'을 우려한 이유는 증언거부권이 헌법에 보장된 국민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헌법 제12조 2항은 모든 국민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한승마협회장을 지낸 박 전 사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다른 재판부의 재판을 받는 상태였다. 박 전 사장은 박 전 대통령 사건 재판에 나가 증언할 경우 자신의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증언을 거부했다.  박 전 사장은 지난 16일 재판부에 제출한 '증언 거부 사유서'를 통해 "실제적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증언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며, 수사단계에서부터 공판단계에 이르기까지 성실하게 수사에 협조하고 증거를 제출해 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 전 사장은 사실대로 진술하더라도 특검의 주장과 다르다는 이유로 위증 혐의로 고소당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해 헌법에 보장된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특검 측은 박 전 사장은 물론 삼성 측의 태도 전반에 문제를 제기했다.  특검 측은 "삼성 관계자들만 유독 협조를 안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은 특검 측의 비협조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삼성 관계자는 "특검 수사 당시 부회장부터 말단 직원까지 수십 명이 소환됐지만 모두 성실히 조사에 임했다"면서 "재판도 마찬가지로 충실히 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검 측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보장된 기본 권리의 행사와 관련해 사법제도 무시 주장을 펼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여론을 자극하려는 태도로 비칠 수 있다는 얘기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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