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vs 채권단 극한대치, 안갯속 금호타이어 운명…책임론도 비등(종합)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012년 광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금호타이어에 새로운 노사문화를 만들겠다고 말하고 있다.[자료사진]

-금호산업, "상표권 기준 기존안 고수"-채권단, "더 해줄 게 없다" 법정관리가능성-상표권 사용조건 놓고 박삼구 vs 채권단 이견 커 -법정관리시 채권단-박 회장 모두 거센 책임론[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자산 5조원에 연간 매출 3조원(연결기준), 세계 14위 타이어기업 금호타이어의 매각작업이 채권단과 원주인간의 극한 대치를 이어가면서 어떤 결말이 나도 모두에게 큰 상처만 남은 새드엔딩(슬픈 결말)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금호타이어의 상표권을 소유한 금호산업 이사회는 19일 이사회를 열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받아들이라고 요구한 채권단과 더블스타의 합의한(案)을 거부하고 이사회의 기존 안을 고수하기로 결정했다. 채권단은 더 이상 기다릴 순 없다고 말해 법정관리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채권단과 합의한 더블스타의 제시안과 금호산업의 안을 비교해보면 양측의 감정의 골 만큼이나 격차가 크다. 더블스타는 '5+15년', '사용 요율 0.2%' 조건을 내놨지만, 박 회장 측은 9일 '20년 사용', '해지 불가', '사용 요율 0.5%' 등 수정 안을 제시했다. 금호산업 이사회는 앞서 지난 9일에 이미 동일한 내용을 산업은행에 전달했다. 이날 이사회는 채권단이 재차 데드라인을 정하고 가부의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하자 6일에 열기로 했다가 이날로 연기해 열린 것이다. 이사회에 참석한 사내외 이사들은 박 회장측의 제안이 무리가 없는 합리적 판단이라고 보고 이를 유지키로 했다고 한다. 앞서 6일 이사회에서는 금호타이어의 상표권이 과소평가됐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현재 금호타이어는 중국을 포함한 해외법인이 매출액의 1%를 상표권 사용료로 지불하고 있으며, 주요 경쟁사도 국내 계열사 0.4%, 해외 자회사 1%의 상표권 요율을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르노삼성자동차의 상표권 사용요율(0.8%)수준은 받아야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박 회장측이 기존안을 재확인하면서 상표권 핑퐁게임의 공은 다시 채권단, 엄밀하게 말하면 산업은행으로 넘어가게 됐다. 앞서 채권단은 박 회장이 상표권 사용을 계속 문제삼을 경우 금호타이어 매각 방해행위로 규정해 경영권까지 박탈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이달 말 만기가 도래하는 1조3000억원어치 채권의 상환 연기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금호타이어는 법정관리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금호타이어를 살릴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서 안타깝다"며 "1조3000억원 채권 만기 연장은 채권단 각자가 판단할 일이겠지만, 산은은 해줄 수 있는게 없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금호타이어의 매각은 법정관리 이후에 다시 추진되고 매각금액은 최근의 주가 등을 감안하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산은 등 채권단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 금호홀딩스 지분 40%가 넘어가게 된다. 금호산업 매각 과정에서 박 회장측의 요청으로 금호타이어 지분에 설정돼 있던 담보권을 해제하고, 금호기업 지분을 새 담보로 잡았기 때문이다. 금호홀딩스는 그룹 지주회사인 금호산업의 지분 46%를 보유하고 있고, 금호홀딩스는 박 회장외 특수관계인 8인이 65%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따라서 이번 3인 2각의 핑퐁게임에서 승자는 없어 보인다. 채권단이 상표권 문제를 두고 금호타이어를 법정관리로 보내고 금호그룹의 경영을 흔들 수는 있지만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부담이 크다. 애초 더블스타로 인수가 결정된 이후에는 토종산업자원의 국부유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컸다. 지금도 광주지역에서는 이런 우려가 크다. 금호타이어가 더블스타로 넘어가면 핵심 기술이 고스란히 중국으로 빠져나가게 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금호타이어는 전 세계 시장에 통용되는 국제 특허도 5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타이어는 국내 타이어 기업 중에 유일하게 방산업체로 지정돼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그렇다고 박삼구 회장에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된 것도 아니다. 애초 자신한대로 충분한 자금을 확보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면 금호타이어는 박 회장 품에 다시 안길 수 있었다.하지만 박 회장은 재무적 투자자로만 100% 인수하기엔 부담이 있다면서 전략적 투자자(SI)를 확보할 수 없다면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포기하겠다고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금호그룹측으로서는 금호타이어 인수조건과 상표권 사용기준 등에서 채권단이 무리하게 원칙만을 고수해온데 대해서도 불만이 크다. 하지만 박 회장으로서는 금호산업 인수로 그룹재건의 신호탄을 쏘았지만 마지막 전 단계의 퍼즐인 금호타이어를 다시 품에 안는 것은 포기했고 마지막 퍼즐인 금호고속 인수도 순조로운 상태가 아니다.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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