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경제용어 밴드왜건은 '허니버터칩 현상'으로…'쉽다 쉬워'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당산역 5번 출구에는 노란색 간판을 단 대만 카스테라 가게가 있다. 아침저녁 2호선을 타고 오가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달콤한 카스테라 향에 끌려 이 아담한 가게로 고개를 돌렸을 테다. 사실 3년 전 이곳은 고소한 참기름내가 진동하는 꼬마 김밥집이었다. 그러다 2년전 단팥빵이 유행하자 빵 몇 종류도 같이 팔기 시작했다. 대만 카스테라 가게가 된 건 불과 6개월 전 일이다. 대만 관광상품인 '대왕 카스테라'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전국적으로 붐을 일으키자 사장은 재빨리 업종을 변경했다. 최근에는 모 방송사가 대만 카스테라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손님이 뚝 끊긴 탓인지 핫도그와 딸기 오믈렛을 팔기 시작했다. 두 가지 모두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서 주목받고 있는 상품들이다.누군가는 이 가게 사장님에게 '음식 장사하면서 철학이 없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나름의 생존방식이 아닐까 싶다. 워낙 SNS발 유행에 민감한 시절이다. 어쩌면 한 우물보다 빠르게 치고 빠지는 전략이 나을 수도 있다. 이 가게의 사장은 아마 10~30대들의 극심한 '밴드웨건' 현상을 누구보다 잘 파악한 사업가인지도 모른다.밴드웨건이란 '편승효과'로도 불리는 경제학 용어다. 유행에 따라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현상을 일컫는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요즘처럼 대중이 유행에 동조함으로써 타인들과의 관계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는 심리가 강해질 때 더욱 극심해진다.신간 '경박한 시사 경제 톡'은 어려운 경제학 용어를 생활 속에서 풀어내는 책이다. 밴드웨건을 '허니버터칩 현상' 또는 '순하리 현상'이란 한 마디로 아주 간편하게 정리했다. 모두들 허니버터칩이 없어서 못 먹던 시절을 기억할 테다. 책을 쓴 사람은 경영학 박사 네 명이다. 이들은 성이 김ㆍ이ㆍ진 등 셋인데 팟캐스트 '세 박사의 경박한 돈푸리 살푸리'에서 풀어낸 이야기들을 책으로 펴냈다. 세 박사는 책 서문을 통해 "우리는 자본이 중심이 되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음에도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슈들을 돈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 자체를 터부시하고 있다"며 "과연 이 세상이 돈이나 자본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인가"하고 독자들에게 묻는다.책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유가나 주가지수 같은 거대한 자본의 흐름은 물론 우리가 늘상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이나 새로 나온 이마트 PB 상품에도 경제 논리가 숨어 있다. 책은 공유경제, 단말기유통법, 저출산, 젠트리피케이션, 일자리 전쟁과 같은 복잡다단한 문제를 유쾌하게 풀어내며 이 세상의 독자와 저 세상의 경제학 용어를 이어준다. 워낙 다양한 주제를 240쪽 남짓한 책에 풀어내다 보니 깊이가 아쉬운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면접을 준비하는 20대 청년에게, 술자리 말거리가 필요한 30ㆍ40대 직장인에게, 최신 트렌드를 알고싶은 50대에게 요긴한 도구임은 틀림없다. <경박한 시사 경제 톡/김종선ㆍ김태균ㆍ이창현ㆍ진변석 지음/팬덤북스/1만3500원>임온유 기자 io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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