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살인사건이 발생한 노래방 인근의 강남역 10번 출구/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17일 강남역 살인사건이 1주기를 맞았지만 여전히 이 사건이 '묻지마 범죄'인가 '여성혐오 범죄'인가에 대한 논쟁이 진행 중이다.강남역 살인사건은 지난해 5월 17일 강남역 인근 주점 남녀 공용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조현병을 앓고 있던 김모(35)씨에게 살해당한 사건이다. 지난달 13일 대법원은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김 씨가 여성을 혐오했다기보다 남성을 무서워하는 성격으로 받은 피해 의식 탓에 상대적으로 약자인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며 "범행의 경위, 범행 수법, 범행을 전후한 피고인의 행동, 범행 후의 정황 등 여러 사정에 비춰 보면, 피고인이 범행 당시 조현병으로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을 뿐 이를 넘어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론의 시선은 다르다. 김 씨가 화장실에서 여성이 들어오기만 기다렸다가 범행을 저지른 점, 경찰 수사와 법정에서 "평소에 여자들이 나를 무시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점을 미뤄보아 '여성혐오 범죄'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강남역 살인사건' 당시 강남역 10번 출구에 마련된 피해 여성을 위한 추모공간/사진=아시아경제DB
사건 이후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 붙은 3만5000여 장의 포스트잇에는 "나는 우연히 살아남았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죽어야 했던 그녀는 또 다른 나", "정말 묻지마 범죄라면 남성 6명은 왜 그냥 보냈을까요? 이건 여성 선택 범죄가 맞습니다"와 같은 문구가 담겼다.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여성들의 동의와 공감, 나아가 페미니즘에 열풍은 우리 사회에 여성혐오가 실재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한편 '남성혐오'라는 말이 등장하며 여성과 남성 간 대결 구도가 나타나기도 했다.강남역 살인사건 1주기를 맞은 지금까지 네티즌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여전하다. 네티즌들은 "남녀 모두 언제든 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묻지마 범죄를 주장하는 한편 "모든 남성이 잠재적 가해자는 아니지만 모든 여성이 잠재적 피해자라는 게 문제"라며 강남역 살인사건이 여성혐오 범죄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아시아경제 티잼 김경은 기자 silv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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