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검찰조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검찰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재수사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재수사의 칼 끝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겨냥하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기업들도 도마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순실 사태 이후 검찰수사와 특검수사로 장기간 경영 공백을 겪었던 재계는 그 같은 악몽이 재연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재계 임원은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기간 내내 적폐청산 의지를 밝힌 바 있어 정경유착 근절과 재벌개혁 추진은 예상했다"면서도 "국정농단의 경우 일부 대기업과 총수들은 검찰과 특검을 통해 장기간 수사가 이루어졌고 일부는 재판까지 진행이 되고 있어 재계를 재수사할 필요가 있는지 신중한 판단을 바란다"고 말했다. -8개월의 트라우마 재연되나재계가 재수사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최순실 사태'의 여파로 막대한 사업 차질이 재연될 수 있어서다. 재계는 지난해 10월 최순실 사태가 불거진 이후 8개월 동안 사실상 '경영 빙하기'를 겪어왔다.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대기업 53개사의 경영진 대부분이 검찰 조사를 받았고 대기업 총수들은 국회청문회에 출석하고 특검을 통해 다시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 일부 총수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 동안 출국금지 당했다. 이 부회장의 경우 두 번에 걸친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며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삼성은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지주사 전환을 포기했다. SK와 롯데는 해외사업에 차질을 빚었고 대기업 모금창구로 비판 받은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대기업의 잇단 탈퇴로 조직이 반 토막이 났다. 재계는 경영 빙하기가 반복되지 않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검찰이 고강도 조사를 통해 수사를 마무리한 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해 국정농단 연루자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지난달 1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하면서 최태원 SK 회장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따라 이들에게 내려진 출금금지 조치도 해제됐다. 최 회장은 곧바로 도시바 인수 논의를 위해 일본을 찾았고 이달 중순에는 중국을 방문하는 등 글로벌 경영을 재개했다. 신 회장도 일본과 미국을 잇달아 찾는 등 경영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다. 현대차그룹과 LG, 두산, 한화, 한진, CJ, 등도 가까스로 '최순실 악몽'에서 벗어나는 중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내고 임원인사도 재개했지만 지주사 전환 포기에서 보듯 내부에선 미래를 준비하는 데 있어 총수 부재를 절감하고 있다. -재계 "기업들의 투자 채용 의지 꺾으면 안돼"이 때문에 재계는 재수사에 나서더라도 대기업과 총수가 대상에 포함될 필요성은 매우 적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특검이 '세기의 재판이 될 것'이라고 했던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은 지금까지 두 달이 넘게 진행됐음에도 재판에서 뇌물죄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검찰 개혁을 예고한 만큼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며 무리한 기소와 전방위적 재계 수사를 지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재계는 검찰과 특검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 뇌물죄를 적용하기 위해 대기업들을 뇌물 제공 혐의로 장기간 충분한 수사를 벌여왔다고 보고 있다. 검찰과 특검은 소환된 주요 피의자나 참고인 상당수를 밤샘 조사했고 특검은 출범 이후 거의 매일 정례 브리핑을 하며 주요 피의자들의 혐의를 공표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이 새정부의 코드에 맞춰 우병우 전 수석과 국정농단 재수사를 하며 다시 재벌을 엮으려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문재인 정부 출범을 계기로 경제위기 극복과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려던 재계의 의지도 함께 꺾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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