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마트 알바생의 눈물…“마트에 아이 봐주러 왔나”

어린이날, 어린이도 어른도 아닌 20대 청년의 극한알바

어린이날을 맞아 붐비는 장난감 매장.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사진=김경은 기자

4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는 어린이날 선물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완구 코너에서 판촉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나(24·여)씨는 지나가는 아이들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친구야 이거 한번 만져볼래?"라며 장난감을 시연해보이기도 했다. 대학생인 이 씨는 "학업에 지장 없이 원하는 날에만 일할 수 있어 좋다"며 "시즌마다 판촉 알바를 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판촉 행사는 단기간 고수익을 노릴 수 있어 단기 알바 구직자들에게 인기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에 따르면 완구 판촉 알바의 일당은 7만5000원선으로 다른 판촉 알바에 비해 높은 편이다. 용돈이나 학자금을 벌려는 대학생뿐만 아니라 취업준비생, 주부가 몰려 경쟁도 치열하다. 물론 일도 그만큼 고되다. 완구의 판매와 더불어 진열, 시연, 조작 업무도 병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완구업체 측에서 별도의 사전 교육을 갖는 경우도 있다. 2년간 약 10번의 판촉 알바를 했다는 이 씨가 가장 힘든 행사로 꼽는 것도 완구 판촉이다. 이 씨는 어린이들과 눈을 맞추기 위해 허리를 숙이고 다리를 굽힌다.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몇 번이고 반복하는 일이다. 이 씨는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판촉이라 곤란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부모의 반대에 떼를 쓰며 우는 아이, 서로 장난감을 가지고 놀겠다고 싸우는 아이들을 달래는 일도 알바생의 역할 중 하나다.

어린이날을 맞아 붐비는 장난감 매장.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사진=아시아경제DB

"어린이 친구 좀만 살살해요. 장난감이 ‘아야’해요" 경기도에서 완구 판촉 알바를 하는 김민영(25·여)씨는 한 아이에게 말을 걸며 눈으로는 부모를 찾았다. 김 씨는 "샘플 장난감이라 고장이 나면 안 된다"며 "아이들도 고객이라 직접 말리기가 어려운데 부모는 보이질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장난감을 팔러 온 건지 아이들을 봐주러 온 건지 모르겠다"며 "아이를 맡기고 쇼핑하러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1시간 동안 아이들을 놀아줘도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김 씨는 "다들 변신하는 자동차 장난감만 사간다"며 판매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판촉 알바생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실적 압박이다. 김 씨는 "완구업체 측에서 지금까지 몇 개 팔았는지 시간마다 확인한다"고 말했다.김 씨는 "마트가 갑이고 업체가 을이라면 판촉 알바생은 병"이라고 토로했다. 김 씨는 근무 중 업체와 연락하며 실적 보고를 해야 하는데, 마트에선 근무 중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했다. 결국 김 씨는 마트의 눈치를 보며 업체에 보고를 해야만 했다. 김 씨는 지난 판촉 행사 당시 마트에서 쫓겨난 경험도 떠올렸다. 마트 측에서 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김 씨는 "업체 측에서 마트 담당자와 교육 미숙지 문제를 해결했다고 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며 "단기 일용직 알바의 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에게 선물 같은 시간이 주어지는 동안, 어린이도 어른도 아닌 20대 청년들은 '극한 알바'에 시달리고 있었다. 디지털뉴스본부 김경은 기자 silv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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