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로서 의결, 권한대행으로 거부권 행사
정부, '재정 부담' 등 이유로 반대해온 법안
"내란 수사 특검 수용하라"…野, 압박 고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야당이 단독 처리한 양곡관리법 등 쟁점 법안들에 대해 국회 재의를 요구했다. 그간 정부가 국가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표명해온 만큼 일관성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한덕수 대행은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하고 6개 쟁점 법안들에 대한 재의를 요구했다. 총리로서 재의요구안을 의결하고, 다시 대통령 권한대행 자격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절차다. 대상은 양곡관리법,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농어업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보험법 등 이른바 '농업 4법' 개정안과 국회법 및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이다.
한 대행은 "정부와 여야 간 협치가 절실한 상황에서 6개 법안에 대한 재의를 요구하게 돼 마음이 무겁다"며 "오로지 헌법 정신과 국가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결심했다"고 강조했다.
한 대행이 거듭 강조해온 '국가의 미래'는 재정 문제를 가리킨다. 정부는 이미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농업 4법'에 대한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정부가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한 양곡관리법이 통과되면 해마다 조 단위 재정이 투입된다. 국회법은 예산안 부수 법안의 본회의 자동부의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고, 국회증언감정법에 대해서는 '핵심 기술 유출' 등 재계 우려가 컸다.
민주당은 거부권 행사 여부를 놓고 '총리 탄핵' 카드까지 거론해왔지만, 쟁점 법안들에 대한 결론은 수용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추가 탄핵에 따른 국정 혼란이 불가피한 데다 이들 법안은 정쟁 대상이 아닌 정책 법안이기 때문이다. 대신 내란 수사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에 대한 수용을 더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재의요구 시한은 오는 31일이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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