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수다] 여름 더위에 필승을 다짐하는 날, 단오

단오

우리나라의 4대 명절을 설날, 추석, 한식, 단오이다. 설날과 추석은 말할 필요가 없는 국민 명절이지만 한식과 단오는 잘 알지 못하는 편이다. 세상살이가 바쁜데 명절이 뭐가 중요한 일이라고 지금 있는 명절도 챙기지 않고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명절이나 절기가 되면 특별한 맛과 풍습으로 풍류를 즐겼던 조상들의 지혜로움은 바쁘게 살다가도 한 번 씩 돌이켜 볼만한 가치가 있다. 지금은 생소하지만 5월에는 음력 5일에 단오가 있다. 수릿날, 천중절이라고도 부르며 여름 더위가 시작되는 날이라 여인들은 창포 삶은 물에 머리를 감아 윤기를 더하고 창포뿌리를 잘라 비녀로 만들어 꽂기도 하고 비녀에 수(壽), 복(福)자를 새기기기도 했는데 모두 두통과 재액을 막고 싶은 바람이 담겨있다. 여자들은 그네뛰기, 남자들은 씨름을 즐겼고 혼인한 여자는 오랜만에 친정 나들이를 다녀왔으며 시원하게 여름을 날수 있도록 부채를 선물하기도 하였다. 단오에 먹었던 시절 음식으로는 제호탕, 수리취떡, 쑥떡, 앵두화채, 송화밀수, 준치만두 등이 있다. 단오가 멸절로 생소한 만큼 시절 음식도 요즘에는 맛보기 힘든 음식이지만 공통점은 제철 재료로 만든 여름더위를 이겨낼 보양식이며 멋이 가득 담긴 음식들이다. 제호탕은 궁중에서 단옷날이 되면 내의원에서 임금에게 바쳤다고 한다. 사인, 오매육, 초과, 백단향 등의 한약재를 가루로 만들어 꿀에 섞어 달인 것으로 찬물에 타서 마시면 여름 더위를 식혀주는 청량음료가 된다. 지금도 한약재를 다루는 곳에 가면 제호탕의 가치를 알고 만들어 판매하는 곳들이 있다. 앵두는 여름철에 아주 잠깐 나왔다가 어느 해에는 보지도 못하고 지나가는 과일이 되었지만 마당이 있는 집에는 앵두나무가 있는 집이 많았다. 지금은 젤라틴으로 굳힌 각종 과일젤리에 밀려 우리나라식 천연 디저트 앵두편을 잘 모르지만 단오에는 처음 딴 앵두로 즙을 내어 꿀물을 섞어 녹말로 굳힌 앵두편과 앵두화채를 만들었다. 수리취절편은 취나물 종류 중에 하나인 수리취의 어린잎을 넣어 만든 것으로 색으로만 본다면 쑥떡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이지만 그 맛과 향은 다르다. 수리취는 일반 취나물보다는 조금 늦은 봄에 나오는데 쑥처럼 보관해 두었다가 이용하기도 한다. 단오에는 쑥과 익모초를 뜯는 풍습이 있는데 웅녀가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될 만큼 쑥은 양기가 풍부하고 액운을 물리치는데 효과가 있다고 여겼다. 익모초와 쑥은 즙을 내어 마시면 먹기에는 고역이지만 더위를 이길 더 좋은 약은 없다. 단오에는 옛날 시절음식은 맛보지 못하겠지만 제철 음식으로 다가올 여름 더위를 위해 한박자 쉬어가는 여유를 가져보면 좋겠다. 글=요리연구가 이미경 (//blog.naver.com/poutian), 사진=네츄르먼트 제공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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