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의 박성수 회장, 이랜드 37년만에 상장 추진…부채위기 넘는다

재무구조 개선, 지주사 전환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 사진=아시아경제 DB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1980년 서울 이화여대 앞에 '잉글랜드'라는 이름의 보세 옷 가게를 열고 패션유통사업에 뛰어든 지 37년.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은 잉글랜드로 시작한 이랜드를 2017년 국내 29개, 해외 124개 계열사를 보유한 매출 10조원의 기업으로 키워냈다. 이 기간동안 이랜드는 외부 주주들의 참여를 통해 사세를 확장시키기보다 박 회장 개인의 역량에 따라 운영돼왔다. 일부에서 알려진 것처럼 박 회장이 외부 주주들의 간섭을 꺼려 의도적으로 비상장을 고집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상장을 통한 외부조달까지 받으며 자금을 운용해야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박 회장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불려나가기 전까지, 매출 위주의 외형성장보다 내실 경영을 추구해왔다. 현금흐름이 높은 사업에 집중하는 경영 시스템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대규모 자금 조달이 필요하지는 않았던 것. 특히 중국에서 높은 성장을 이어가면서 현금창출이 가능했기 때문에 차입에 대한 부담은 크지 않았다.그랬던 이랜드가 '비상장' 방향을 선회해 37년 만에 뉴코아와 2001아울렛을 운영하는 이랜드리테일을 상장시키기로 결정한 것은 급속도로 세를 키운 M&A로 재무건전성에 빨간 불이 켜졌기 때문이다.이랜드는 3일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이랜드리테일을 올 상반기 중 상장시킨다는 내용의 중간 계획을 발표했다. 높은 부채비율을 줄여나가는 한편 재무구조를 개선해 패션과 유통, 양대 사업의 수익을 높이며 안정적으로 운영해나가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상장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이랜드는 2010년부터 공격적으로 실시한 인수합병(M&A)으로 부채비율이 급격히 올라갔다. 박 회장은 폐업 직전의 부실기업을 인수해 부활시키는 식으로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그룹 외형을 확장시키기 시작, 2010년에서 2014년 사이 이랜드그룹이 성사한 M&A만 20건이 훌쩍 넘는다.하지만 빠른 속도로 사세를 넓힐 수 있었던 M&A는 최근 글로벌 패션산업 한파 속에서 부채비율 증가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이랜드그룹의 부채비율은 2011년부터 300%를 넘어섰다. 지난해 12월에는 한국신용평가가 이랜드월드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부정적)'로 내렸다. 여기서 추가로 강등되면 투기등급이 된다.벼랑 끝에 내몰리면서 이랜드는 최근 주력 의류브랜드인 티니위니를 중국 브이그라스에 8770억원에 매각했다. 이 매각으로 부채비율은 240%까지 낮아질 전망이지만, 이랜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부채비율을 연내 200% 밑으로 낮출 계획이다. 서울 홍대입구역 및 합정역 부지, 마곡상가 부지를 2500억원에 매각한 데에 이어 올해에는 1분기 2000억원, 2분기 3000억원 등 5000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추가로 매각할 예정이다.이랜드 관계자는 "이번 상장으로 재무구조개선을 꾀하는 한편 향후 이랜드는 지주회사로 전환할 것"이라며 "연말까지 부채비율은 100% 후반대까지 낮아져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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