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스타' 대접 받기도 하지만, 나중엔 '유기견', '경매견'까지
사진=청와대
[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를 떠나면서 두고간 진돗개 9마리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12일 박 전 대통령은 삼성동 사저로 들어가면서 청와대에서 키우던 '희망이','새롬이'와 새끼 7마리를 두고 떠났다.이에 동불보호단체 케어가 이 진돗개들의 입양하겠다고 나서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케어 측은 "박대통령이 사실상 유기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진돗개들이 무분별하게 입양을 가 불행한 삶을 살거나 보호소로 가지 않도록 돕고 싶다"고 밝혔다. 부산지역 동물보호단체는 박 전 대통령이 진돗개를 유기했다며 고발장까지 접수한 상태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청와대 진돗개 이른바 '퍼스트 도그(First dog)' 9마리는 졸지에 유기견 신세가 됐다. 사실 대통령과 청와대 '퍼스트 도그'는 뗄 수 없는 존재다. 역대 대통령들도 청와대에서 반려견을 키웠는데, 대체로 대통령의 운명과 비슷한 '견생(犬生)'을 겪었다.◆주인 따라가는 '퍼스트도그'의 운명=이승만 전 대통령은 4마리의 킹찰스 스패니얼종을 키웠는데, 하와이 망명 때도 개들과 함께 했다. 당시 한 일간지에는 하와이 검역소에 갇혀있는 개를 대통령이 거의 매일 찾아간다고 보도되기도 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반려견 모습. 사진=대통령기록관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스피츠종인 반려견 '방울이'를 각별히 아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직접 방울이의 그림을 그리거나, 과일을 직접 깎아주는 사진이 공개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 방울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 신발을 베고 잤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사이가 각별했다고 한다.
사진=박정희 전 대통령이 그린 방울이 모습.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진돗개들은 경매로 팔리는 신세가 되기도 했다. 2003년 전 전 대통령의 재산이 압류되면서 진돗개 '송이'와 '서리'가 각각 40만원에 낙찰됐다.
우리와 두리 모습. 사진=연합뉴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퍼스트도그로는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이 선물한 풍산개 우리와 두리가 있었다. 이 두 마리는 김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서울동물원에 기증됐고, 이후 2010년 모두 자연사 했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봉하마을에서 양치기견으로 유명한 보더콜리 '누리'를 키웠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고 '누리'는 집을 떠나 실종됐다는 이야기가 널리 알려져 있다.
사진=이명박 전 대통령이 공개한 청돌이 모습.
이명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진돗개 '청돌이'를 키웠다. 퇴임 후에는 사저에 데려가 SNS를 통해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해외 대통령들의 '퍼스트 도그' 사랑=미국 대통령들의 반려견 사랑은 각별하다. 미국 뉴욕타임스가 "미국 유권자들에 대한 안내서가 있다면, '대선후보는 반드시 개를 사랑해야 한다'는 구절이 앞쪽에 있을 것"이라고 언급할 정도다.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지난 1901년까지 재임한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을 제외하곤 반려견을 입양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전 대통령의 퍼스트 도그 '팔라(스코티시 테리어종)'는 많은 사랑을 받았다. 루즈벨트는 "나를 욕해도 좋고 아내인 엘리노어를 욕해도 좋지만 팔라만은 욕하지 말라"고 말할 정도였다.
오바마와 보. 사진=백악관 홈페이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반려견 '보'와 '써니'는 주인만큼이나 유명하다. 포르투갈 워터독인 보는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 입성한 뒤부터 기르기 시작했다. 퇴임 후엔 오바마와 함께 백악관을 떠났다.블라다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반려견 '코니'도 대중에게 잘 알려져있다. 푸틴 대통령은 외교에서도 자신의 반려견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독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장에서 코니를 풀어놨다가, '겁주려 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에 사과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메르켈 총리와 푸틴 대통령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반려견 사랑도 만만치 않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약 30여 마리의 개를 길렀고, 특히 웰시코기 종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왕 즉위 50주년 기념주화 뒷면엔 웰시코기가 새겨지기도 했다.◆개와 정치= '퍼스트 도그'는 언론 등에 노출되면서 대통령의 이미지를 친근하게 만드는 '이미지 메이커'의 기능을 톡톡히 해낸다.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개 '밀리'는 역사상 가장 많은 자선기금을 모은 퍼스트 도그다. 바버라 부시 여사가 쓴 '밀리의 책'이 부시 자서전보다 더 많이 팔렸기 때문이다. 밀리가 미국 국민들에게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는 지 알 수 있다.
오바마 가족이 보와 함께 산책을 즐기고 있는 모습. 사진=백악관
'보'의 경우 2012년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재선 때, 선거자금 모금 사이트의 주인공을 등장해 표를 얻어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성추문 당시 애완견 '버디'를 끼고 등장하기도 했다.오바마의 '보'나, 빌 클린턴 대통령의 '버디'의 생애는 위키피디아에 올라와 있을 정도니 그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알 만하다.대통령 애완견 박물관을 세운 클레어 맥클린은 "개들이 대통령을 인간적으로 보이게 한다"면서 "대통령도 우리처럼 아이들과 개와 함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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