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호윤기자
8일 오후 서울 중구에 위치한 동대문 도매시장 모습. 제일평화시장 너머로 벨포스트, 유어스 등 도매상가들이 위치해 있다. (사진 = 조호윤 기자)
[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우리(중국인) 없으면 굶어 죽을 것'이라는 등 하는 말들이 기가막힙니다. 최근 중국인 관광객(요우커)들이 오지 않아 전전긍긍한다는 식의 언론을 접해서인지 더 위세를 부린다니까요. 어제(13일)도 중국 고객 한 명이 작년 5월에 구매한 물건을 가지고 와서 환불을 요구했어요. '이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때문에 다시 오지 못한다'면서 2시간동안 환불해달라고 억지를 부리는 통에 아주 진땀을 뺐습니다."14일 오후 동대문에 위치한 A도매상가 상인은 이같이 말하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대부분의 도매상인들은 중국 바이어와 거래하기 때문에 방한 요우커 수에 직접적인 영향도 받지 않고, 연관도 없다"며 "지금 난리 피우는 중국 에이전트, 고객들은 사드 정국이라는 기회를 이용해 우리 상인들로부터 이득을 얻고자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동대문 상인들이 사드 국면에 기세가 등등해진 중국 에이전트와 고객들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 손님이 왕이다'라는 식의 무조건적인 서비스를 요구하면서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구 조건이 관철되지 않으면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게시해 장사를 접게 만들겠다는 협박을 일삼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B 상가 도매상인은 "한 중국인 에이전트가 찾아와 '40만원 상당의 옷을 구매했는데 왜 푸대접하느냐'며 행패를 부렸다"면서 "일반적으로 이곳 도매상인들의 거래 규모는 수 천 만원에서 억 단위로 무시하는 수밖에 없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에이전트(에이전씨)란 중국 바이어들이 한국에 와서 제품을 구매할 때 호텔을 잡아주거나, 공항에 내려 픽업해주거나, 구매한 물품을 포장해 현지 가게까지 붙여주는 등의 일을 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주로 한국어와 중국어를 동시에 구사하는 조선족이나 화교가 많고, 동대문 도매상가 뒤편에 소규모의 사무실을 차려놓고 영업을 한다.8일 오후 서울 중구에 위치한 동대문 도매시장 모습. 벨포스트, 유어스 등 도매상가들이 위치해 있다. (사진 = 조호윤 기자)
중국 에이전트들이 위세를 부리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해 11~12월말부터다. 당시 위챗, 바이두, 웨이보 등 중국 SNS상에서는 '동대문 A매장 사람 때린 사건'이라는 제목의 글이 공유되면서 불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해당 게시글에는 '누구 덕에 먹고 사는 지 깨달아야', '이 매장 찾아내 장사 못하게 공유할 것', '중국인은 단결하고 뭉쳐서 대응한다는 것 보여주자' 등의 표현과 A매장 상인의 개인신상정보가 포함됐다. 이 사건을 중재한 관계자는 "디자인 도용 문제로 매장 직원이 촬영을 금지하자 다툼이 발생한 것"이라며 "주변 매장 직원들이 다툼을 말린 건데, '5명이 여자 한명을 때렸다', '그 중 2명은 남자다' 등으로 부풀린 글이 중국 SNS에서 수십만번 공유됐다"고 설명했다.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 동대문 상가 상인들의 불만이다. 블랙 컨슈머도 고객인지라, 경찰에 신고하는 등의 수를 둬도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C상가 관계자는 "'SNS에 올리겠다'며 협박하는 게 일상다반사지만, 무대응이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하고 제 풀에 지쳐 돌아갈 때까지 놔두고 있다"고 토로했다.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