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흔적으로 만든 다층적 시공간

기억 속 그리움과 상처+치유 메시지
삶의 지층과 같은 회화 20여 점
작업 과정 담은 영상+설치 3점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기억의 간격_비망 (秘望), 2017, 종이에 혼합재료, 147x210cm / 망중유한(忙中有閑)Ⅲ, 2016, 종이에 혼합재료, 80x78cm / 기억의 간격_그 속에 흐르는 대여래불정능엄주, 2017, 종이에 혼합재료, 147x210cm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중견작가 서윤희 개인전 ‘기억의 간격, 화원畵苑’이 서울 종로구 OCI미술관 전관에서 오는 4월 22일까지 열린다. 전시 제목인 ‘화원(畵苑)’은 작가가 가꾸어 온 회화 속 무한한 사유의 공간을 의미한다. 모체가 되는 각종 식물과 약재를 활용해 제작한 작품의 특성을 담기도 했다. 작가는 10여 년 이상 기억을 시공간에 새기는 ‘기억의 간격’ 연작에 매진했다. 유한한 인간 삶의 본질을 시간에 비춰 성찰했다. 초기 작품에서부터 각종 자연물과 약재를 우려낸 염료를 주재료로 사용했으며, 한지 위에 얼룩을 만들고, 인물을 섬세하게 그려 넣는 특유의 방식을 고수해왔다. 종종 작품 마지막 단계에 그리던 인물을 생략하고 자연의 흔적만 표상하기도 한다. ‘기억의 간격_홍연(2017)’에서는 웅장한 붉은 화면으로 자연의 힘을, ‘기억의 간격_비망(2017)’에서는 강렬한 마른 나무의 자취들을 고스란히 담았다.

기억의 간격_벌랏마을(스틸컷) [사진=OCI미술관 제공]

작업의 과정은 매우 고되다. 하지만 이것은 또한 치유의 과정이기도 하다. 자연이 인간을 치유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 서 작가는 기억 속 그리움이나 상처를 회화 안에서 자연의 흔적으로 녹여내고 그 기억을 정화한다.작가는 직접 나무, 갈대 등 거친 자연물을 수집해 오랜 시간 끓이거나, 한지를 증기에 수십 번 쪄낸다. 이는 회화의 과정인 동시에 그 자체로 ‘신체미술’이 된다. 자연물과 자신의 신체 그리고 시간의 흐름을 종이에 투영한다. 작가의 말처럼 “마치 무당의 굿처럼 자신과 세상을 치유하기 위한 필연적인 행위”이다.

기억의 간격_베네치아, 2015~2017, 단채널 영상, 3분 [사진=OCI미술관 제공]

특히 전시장 벽을 채운 영상 ‘기억의 간격_베니치아(2015-2017)’는 마치 눈앞에서 작가의 퍼포먼스를 보는 듯하다. 작가는 영상 속에서 거친 파도가 치는 베니스의 바다에 들어가 한지에 바닷물과 염료의 흔적을 남긴다. 한지를 휘날리며 파도의 흔적을 담는 작가는 한풀이 춤을 추거나 제사를 지내는 사람처럼 엄숙하고 진지하다. 바다 속 작업이 끝나면 미리 준비한 청주의 닥나무와 기타 자연물 등을 한지 위에 올려 또 한 번의 얼룩을 형성, 또 다른 시간의 층을 만들어낸다. 이는 회화 ‘기억의 간격_반야용선도(2017)’의 바탕이 됐다.전시는 무한한 시공간의 층을 담은 회화 20여 점과 퍼포먼스처럼 회화의 과정을 생생하게 기록한 영상 두 점, 자연물과 한지 그리고 시간의 상호작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설치 한 점까지 다양하다.

전시장 전경 [사진=OCI미술관 제공]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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