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작가
많은 분들이 제게 ‘제가 꿈이 없는데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까요?’ 라고 걱정스레 물어오십니다. 그건 전혀 걱정할 일이 아닙니다. 더할 나위 없이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있다는 이야기일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현재의 상황이 불만족스러운 경우지요. 저 역시도 매일 그런 분들로부터 이메일을 받는데 어떤 분들은 정말이지 얼마나 힘드실까, 제가 다 한숨이 나올 정도로 삶의 밑바닥을 치고 고통스러워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런 절망적인 상황에 있는 분들이라면 저는 꼭 꿈을 가지라고 얘기를 해요. 이유를 설명하기에 앞서 한가지 테스트를 해볼게요. 지금 당신의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빨간 색을 찾아보세요. 10초 드리겠습니다. 뭐가 보이나요? 빨간색 볼펜, 소화기, 립스틱, 빨간 장미, 광고 속 모델이 입고 있는 빨간 옷 등등 갑자기 눈에 빨간 색만 들어올겁니다. 이 우주에는 너무나 많은 것들이 존재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사람이 죽고 태어나고, 꽃이 지고 열매를 맺고, 화산이 폭발하고 지진이 발생하고… 하지만 우리의 뇌는 그 모든 것을 인지할 수가 없습니다. 그저 지금 이 순간 우리가 관심 있고 집중하고 있는 것들만 눈에 보일 뿐이지요. 머리하러 가는 날은 다른 사람들 헤어스타일만 눈에 들어오고 신발 사러 가는 날은 신발만 눈에 들어오는 것처럼요.
그래서 지금 이 순간 어떤 상황이나 사람 때문에 힘들다고 이를 괴로워하고 절망하는 데에 모든 에너지를 다 쏟고 있다면 그 고통은 우리의 모든 신경을 장악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 상황을 개선시키는 데 쏟을 에너지가 남지 않게 되지요. 12년 전의 저도 그랬습니다. 오랫동안 가난과 가정불화에 시달리고 주변의 친구나 동료들과 저를 비교하며 박탈감과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었던 저는 꼬일대로 꼬여 있었습니다. 왜 나만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는지, 세상은 왜 이토록 불공평한지…. 거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안 좋은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났습니다. 당연한 일이죠. 제가 세상을 원망하고 저주하는데 세상이 제게 축복을 베풀 리 없으니까요. 그 삶의 밑바닥에서 꿈목록을 썼습니다. 그리고 인생은 바뀌었습니다. 분명히 이 우주는 그대로인데, 내가 달라졌기 때문이지요. 제가 원하는 삶에 초점을 맞추자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수많은 기회들이 눈에 들어왔고 제가 이루고 싶은 꿈들을 먼저 이뤘거나 저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 제가 먼저 다가갔습니다. 그렇게 바쁘게 살다보니 불평불만할 시간도 없이 12년이 흘렀고 70개의 꿈이 이루어 졌더군요. 저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이 놀라운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은 한 남자는 제 책을 읽고 꿈목록을 썼고 그 꿈들에 하나씩 도전하느라 너무 바빠서 아플 틈이 없었습니다. 3개월을 넘기지 못할 거란 얘기를 들었던 그는 5년이 지난 지금도 너무나 바쁘게, 그러나 즐겁게 생활하고 있지요.고통이라는 것은 계곡의 급류와도 같아도 무방비 상태로 있는 우리를 휩쓸어 버립니다. 그 상황에서 왜 물이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흐르지 않는지, 왜 이렇게 물살이 거센지, 왜 하필 나한테 이런일이 닥쳤는지 따지고 원망해봤자 상황은 나아지지 않습니다. 차라리 저 멀리 예쁜 꽃들이 피어있는 언덕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온 힘을 다해 한발짝 한발짝 내딛어 보세요. 그 언덕에 안전하게 도착한 후 나중에 예상치 못했던 물길의 흐름을 곱씹어 보아도 늦지 않습니다. 힘들고 아플 때 주저앉아 엉엉 울고 주변사람들에게 위로를 구하는 것도 분명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힘든 상황이나 사람 그 자체에 집중하면 거기에 매몰되어 빠져 나오기가 더 힘들어지고 주변사람들도 서서히 지치게 되지요. 그럴 땐 차라리 좋아하는 춤을 추고,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야외에 나가서 신나게 뛰어보면 어떨까요? 잠깐이나마 힘들었던 것을 잊게 될 겁니다.거기서 한발짝 나아가 내가 원하는 삶을 그려보세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실행에 옮겨보세요. 거기에 온 신경을 쓰다 보면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들에 신경쓸 틈이 없습니다. 그렇게 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면 원치 않는 것들이 눈앞에서 사라집니다. 김수영 작가<ⓒ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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