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현 대한건설협회 신임회장, 건설업 재도약 위한 쓴소리
유주현 대한건설협회 회장./윤동주 기자 doso7@
[대담=이은정 건설부동산부장, 정리=배경환 기자] "공사해도 남는 게 없다. 중소 건설사는 물론 대형사도 마찬가지다. 적정공사비를 확보할 수 없다 보니 누구나 손해를 보고 있다. 정부는 예산을 절감했다고 하지만 결국 건설경기 침체, 전반적인 경기 악화로 확산될 뿐이다. 차기 정부에 패러다임 전환의 의지를 기대하는 이유다. 건설경기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단순 성장 전략이 아닌 건설산업 스마트화, 지역 경제 부활, 대형사와 중소형 건설사간 상생 기반 조성 등이 동반돼야 한다." 지난 2일 제27대 대한건설협회 회장에 정식 취임한 유주현 회장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니 이런 얘기가 돌아왔다. 회장 취임 후 언론사와의 첫 인터뷰였지만 거침없었다. 건설업계의 위기 상황에 맡은 회장직이다 보니 설렘보다는 책임감이 더 크다는 의미로 느껴졌다. "건설업계의 산적한 현안을 체계적으로 접근해 고민하겠다"는 유 회장의 다짐에서도 '수십년간 건설업계에 몸담으며 쌓아온 노하우로 살아날 방안을 꼭 찾겠다'는 의지가 읽혔다. 회장직에 오르자마자 눈여겨보고 있는 현안은 '시장의 혼란을 야기하는 불합리한 정책'의 수정이다.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11ㆍ3 부동산대책과 최근 논의되고 있는 후분양제 도입, 분양가상한제 확대 법안 등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적정공사비 확보 방안에 대해서는 건설업계 생존이 걸린 문제로 낙착률 상향 등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는 게 유 회장의 논리다. ◆잇따른 규제책… "정책 중심 운영에서 벗어나야"= 유 회장은 현재 건설업계 위기의 원인 중 하나를 적정공사비를 확보하지 못한데서 찾았다. 적정공사비를 확보하지 못한 원도급업체가 결국 하도급업체에도 적정 이윤을 내주지 못하고 있어 결국 모두가 손해를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 회장은 "예산에 적정공사비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상황인데다 수행 과정에서의 변수까지 모두 건설사가 떠안고 있다"며 "실질적인 낙찰률 상향 등 적정공사비 확보를 위한 공사비 제값 받기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계속된 부동산 대책도 꼬집었다. 주택 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만큼 과연 올바른 처방이었는지를 근본적인 고민을 할 때라고 지적했다. 전매제한 기간 강화, 재당첨 금지, 대출규제 등의 정부 정책에 금리인상 우려까지 겹치면서 건설경기의 경착륙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는 게 유 회장의 진단이다. 그는 "서울지역 재건축ㆍ재개발 시장을 중심으로 일부 과열 현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저금리 기조 및 택지공급 축소 등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했다"며 "과거 서울 및 수도권, 지방 대도시 위주로만 부동산 열풍이 불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꼬집었다. 근본 원인에 대한 진단 없이 단기 효과만을 기대하고 셀 수 없이 많은 규제를 운영한 탓에 '규제→공급 축소→가격 상승→규제'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유 회장은 "정부는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과도한 규제 위주의 정책을 탈피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현행 규제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며 "민간주택에 대한 분양가상한제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각종 규제 역시 주택 공급 축소 및 시장 왜곡이라는 부작용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탄력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차기 정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최우선 검토"= 차기 정권에서 우선순위로 둬야 할 정책으로는 SOC 투자 확대를 꼽았다. SOC는 국가 경쟁력뿐만 아니라 국민 안전과도 직결된 문제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최근 국토연구원 등은 우리나라 SOC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중간 수준에 그친다고 지적한 바 있다.유 회장은 "건설 일용직 근로자가 40만명인 점을 감안할 때 SOC 투자 축소는 서민 일자리 감소와 지역경제 침체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며 "차기 정부는 무엇보다 SOC 투자를 지속 추진해야 하며 또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노후 시설물에 대한 성능 개선과 스마트화를 위한 정책 추진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최근 몇 년간 침체기를 겪은 해외시장에서의 활동 폭도 정부 지원을 통해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저유가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 규모는 전년 대비 38.9% 감소한 282억달러에 그쳤다. 최근 해외공사가 자금조달 능력이 중요시되는 투자개발 사업방식으로 변하고 있지만 국내 건설업체들은 아직도 단순도급 위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구체적인 개선 방안에 대해서는 정부의 해외 민관협력사업(PPP) 전담 지원기구 설립 과정에 참여해 집중적이고 효율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유 회장은 "투자개발 금융지원 활성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으로 현재도 글로벌인프라펀드(GIF), 코리아해외인프라펀드(KOIF) 등 정책금융이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며 "협회 차원에서 정부 지원기구 설립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속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담합 근절, 필요하지만 균형도 필요"= 담합 행위에 대한 근절은 필요하다는 게 유 회장의 생각이다. 다만 기간 제한 없이 임직원 개인의 일탈적 행위로 법인이 문을 닫는 등의 결과가 초래되면 안 된다는 조건을 걸었다. 앞서 협회의 강력한 반대 건의로 첨예하게 논의됐던 '입찰담합 3진 아웃제 강화'를 담은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은 지난해 정기국회 이후 세 차례 법안심사 끝에 적용 기간 9년의 위원장 대안으로 수정가결된 바 있다. 유 회장은 "향후 이같이 목적과 수단의 균형점을 잃고 일방적 규제로 작용하는 법안이 발의된다면 협회는 업계 권익의 대변자로서 의견수렴이나 관계기관 건의 등을 적극적으로 시행해 통과 저지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건설업 활성화를 저해하는 규제들도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1억원 이상 모든 공사의 세부 내용을 일일이 전해야 하는 '건설공사대장 통보제도'를 간소화하고 발주기관 귀책으로 공기가 연장돼도 손실을 부담해야 했던 건설사를 위해 추가 비용에 대한 법령상 조정근거를 새로 보완할 방침이다.입찰참가자격 제한에 대한 중복 제재도 개선에 나선다. 현재 입찰담합의 경우 동일한 위반행위에 건설사는 입찰참가자격제한 외에 과징금, 발주기관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형사처벌, 등록말소 등 중복제재를 받고 있다. 유 회장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정부 정책에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규제에 대해 협회 차원에서 재검토, 건설업계가 활로를 찾는 데 길을 만들어 줄 것"이라며 "상호 간, 회원사와 협회 간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건설정책과 제도 입안 시 회원사의 고충과 의견이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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