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쓰는 플라스틱, 모두 '호르몬 저격수'일까

1인당 연간 소비량 세계 1위…플라스틱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

플라스틱은 정말 우리가 우려하는 것만큼 위험한 물질일까? 사진 = 게티이미지

[아시아경제 디지털뉴스본부 김희윤 기자] 1997년 일본 NHK 방송 보도 프로그램에 출연한 과학자들은 인간 체내에 유입돼 정상적 호르몬 분비를 방해하는 화학물질을 두고 ‘환경에 방출된 화학물질이 호르몬처럼 작용한다’고 설명한 뒤 이 물질을 ‘환경호르몬’이라 명명했다. 그 후 농약과 살충제를 거쳐 플라스틱이 환경호르몬 배출의 주범으로 지목되며 암과 불임, 피부질환을 유발하는 다이옥신 성분 검출을 계기로 대중에게 환경호르몬 = 플라스틱 이란 인식이 강해졌지만 정작 생활 속 플라스틱 사용범위는 점점 더 확대되는 추세다. 우리 생활 속 깊숙이 들어온 플라스틱의 편리성을 당장에 포기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플라스틱을 제대로 알고 사용하기 위해 소비자 또한 보다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고 막연한 공포에서 벗어나 진실을 마주할 때다.

▲ 플라스틱(합성수지) 용기의 종류와 위험도. 그래픽 = 이경희 디자이너

플라스틱의 종류먼저 기호로 분류된 플라스틱의 종류는 총 7가지로 재활용이 가능한 1, 2, 4, 5, 6 과 일회용인 3, 7이 있다. 정확한 명칭과 성질, 그리고 사용 제품에 대해 알아보자.1 PET 또는 PETE원 명칭은 폴리에틸렌 테레프타레이트.PET병은 원래 1회성으로 제작됐기 때문에 재사용 시 박테리아 번식 가능성 증가 및 인간의 호르몬 밸런스를 파괴할 위험이 높아 1회용으로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사용제품_ 일반 플라스틱 물병, 케찹병, 탄산수병 2 HDP 또는 HDPE원 명칭은 고밀도 폴리에틸렌.HDP는 화학성분 배출이 없고 인체에 무해하기 때문에 사용이 권장되는 성분으로, 열에 강해 전자레인지 사용 또한 가능해 일반 식품용기 재료로 널리 쓰이고 있다.사용제품_ 강화 플라스틱, 영유아 장난감, 세제통3 PVC 또는 V원 명칭은 폴리비닐 클로라이드, 폴리염화비닐.PVC는 유연한 플라스틱으로 평소에는 안정적인 물질이나 열에 매우 약해 소각 시 독성가스와 환경호르몬, 대표적으로 다이옥신 등을 대량 방출해 건강에 위협을 끼친다.사용제품_ 투명랩, 고무대야, 호스4 LDPE원 명칭은 저밀도 폴리에틸렌.LPD는 HPD와 반대 성질로 분자구조가 간단해 다양한 용도로 제조 및 이용되고 있는데, 일상 생활 사용시 안전하나 재활용이 불가해 가급적 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유한다.사용제품_ 비닐봉투, 농업용 필름5 PP원 명칭 폴리프로필렌.PP는 플라스틱 중 질량이 가장 가볍고 질겨 고온에도 변형되거나 호르몬 배출이 없어 이불솜부터 반찬통 등 생활 곳곳의 영역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사용제품_ 이불솜, 반찬통, 보온병6 PS원 명칭 폴리스티렌. PS는 투명하고 굴절률이 높아 형상을 만들기 용이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내열성이 약해 가열시 발암물질이 배출되므로 가급적 사용자제할 것을 권유한다.사용제품_ 1회용 과자 포장용기, 테이크아웃 커피 뚜껑 7 PC 또는 그외 기타 플라스틱원 명칭 폴리카보네이트.PC는 가공과 내충격성이 우수해 유리의 대체재로 널리 이용되며 건축 외장재로 사랑받고 있으나 일상생활용품에 이용될 경우 환경호르몬 비스페놀A, 화학물질 포스겐이 배출되므로 이 역시 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유한다.단, 7번으로 함께 분류되고 있는 트라이탄의 경우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지 않는 신소재로 검증을 마쳐 PC와의 구별을 요한다.사용제품_ 건축용 외장재, 안경, 우유병, 스마트폰 케이스

지난 2016년 국가별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1인당 평균 98.2kg으로 97.7kg를 사용한 미국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사진 = 게티이미지

플라스틱, 진짜 위험할까?일상생활에 플라스틱이 들어오면서 주방을 비롯해 주거 공간 곳곳의 풍경이 변했지만 ‘환경호르몬’이란 단어가 주는 공포는 여전히 플라스틱이 비교적 유해한 제품이라는 인식을 환기시킨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PET 용기에 대한 엄격한 관리기준을 공개한 바 있는데, 먼저 상품 시판 전 해당 페트병에 들어갈 식품의 종류에 따라 5가지 침출용매를 선택, 60℃에서 30분간 용출시킨 용출액에서 유해성분 여부를 검사하는 실험을 수행한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유해물질 및 불순물 포함 여부가 걸러진다는 것. 실제 PET병의 경우 가열로 인한 유해물질 용출보다 재사용 과정에서의 위험성이 더 크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div class="break_mod">한국식품정보원 식품안전연구소 나혜진 소장은 페트병 등 합성수지제의 안전성에 대해 방송을 통한 단편적 보도로 인해 PET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크다고 지적한다. 특히 과거 젖병에 사용되며 큰 물의를 일으켰던 비스페놀 소재의 PC(폴리카보네이트)는 현재 국내 사용이 금지됐다고 강조하며 실생활에서 오용(誤用)하는 부분에서 위험성이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다음은 나 소장과의 일문일답.- PET 병을 오래 사용할 경우 환경호르몬이 배출된다는 의혹이 사실처럼 널리 알려져 있는데, 사실인지?▶ PET는 가소제 성분이나 비스페놀A 원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환경호르몬이 배출되진 않는다. 다만 사용 후 폐기하지 않고 재사용할 경우 미생물로 인한 문제가 더 크다. 반드시 사용 후 폐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플라스틱 용기 가열 시 발생하는 환경호르몬에 대한 지적 또한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PET에 한정하자면 열처리를 거치지 않은 생수병의 경우 물리적 변형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가열한 물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변형된 것은 유해물질 발생과는 무관한 형태변형으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실제 변형되는 과정에서 유해물질이 발생되는 플라스틱 성분도 몇몇 존재하는데, 이에 대한 대응책엔 어떤 것이 있을까?▶ 식품용기에 한해서는 식약처에서 진행하는 용출검사를 통해 유해성에 대한 검증이 돼야만 제품으로 출시될 수 있다. 과거 비스페놀A 성분으로 문제가 됐었던 PVC 젖병은 현재 국내사용이 전면 금지된 상태이며, 위험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에 따라 비스페놀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이른바 ‘비스프리’ 제품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지만 정작 비스프리 외의 다른 유해성분이 해당 제품에서 검출됐는지 여부에 대한 검증은 상대적으로 미흡한 상태다. 플라스틱 성분 표기를 살펴보고, 일회용의 경우 재사용을 자제하며, 가열을 삼가는 것이 보다 안전한 사용법이다.

전문가들은 플라스틱에서 용출되는 환경호르몬의 위험성 만큼이나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과정 중에 가열, 재활용 등 잘못된 사용을 통해 미생물 문제 등이 발생할 위험 또한 높다고 지적한다. 사진 = 게티이미지

지난 2016년 통계청이 발표한 국가별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 조사에서 한국은 평균 98.2kg을 기록하며 97.7kg를 사용하는 미국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장기 보관을 요하는 우리의 식습관에 따른 식품보관용기서부터 실용성을 무기로 물통과 생활용품 등 일상생활 전반에 들어온 플라스틱에 대해 다시 한 번 점검이 필요한 때다. 어떤 성분으로 만들어졌는지, 정확한 사용방법은 어떠한지, 또 재활용이 가능한지 여부를 따져보는 습관은 눈에 보이지 않는 환경호르몬에 대한 공포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첫걸음이 아닐까. 디지털뉴스본부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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