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기자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삼성 제 2 갤노트7 사태 없다…역대급 어닝서프라이즈 발표 영장기각 직후인 1월 23일 삼성전자는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이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갤럭시노트 7의 발화 원인을 배터리 결함으로 지목하면서 차기작인 '갤럭시S8' 등 스마트폰의 안전성 강화 방안을 함께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에 따른 직ㆍ간접 손실을 약 7조원으로 추산하고 상당 부분을 작년 3∼4분기 실적에 미리 반영해 털어냈다. 갤럭시노트7을 판매하지 못한 데 따른 기회비용 1조∼2조원 정도만 남은 상태였다. 삼성전자는 다음날인 1월 24일 2016년 4분기와 연간 경영실적을 깜짝 발표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슈퍼 호황'에 힘입어 작년 4분기에 9조22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역대 3번째 규모다. 5년 연속 200조원 매출(201조8700억원)을 달성했고 연간 영업익(29조2400억원)은 역대 2번째다. 주주환원정책에 따라 올해 총 9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계획을 발표했고 주당 보통주 2만7500원, 우선주 2만7550원의 2016년 기말 배당을 결의했다. 삼성전자는 역대급 실적에도 특검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삼성전자 경영진은 실적 발표 후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단기적 차원에서 비즈니스 영향을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장기적 차원에서 봤을 때 글로벌 정세 변화나 사업구조 재편 등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최고경영진의 활동이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하는데 이런 것들이 제한을 받는다면 우려되는 상황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삼성이 특검 수사와 관련해 공개적인 논평이나 견해 표명을 자제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 경영진이 컨퍼런스콜처럼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반도체 초호황에 따른 실적개선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연일 상종가를 쳤다. 삼성전자는 주가 200만원 시대의 기대감도 높였다. 두 회사를 합친 시가총액은 무려 30조원이 넘었다. 투자자들도 환호했다. 그간 고공 행진하던 삼성전자 주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특검팀의 밤샘 조사를 받고 나온 1월 13일부터 휘청였다가 다시 상승세를 탔다.브리핑하고 있는 이규철 특검보[자료사진]
-2월부터 삼성조준…재계 경영위축 우려 점증설연휴기간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특검은 다시 삼성 수사에 고삐를 죈다. 일각의 여러 의혹이 나왔고 삼성은 이때부터 조목조목 반박하기 시작한다. 삼성출신 유재경 미얀마대사가 최순실씨의 추천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관련 영향이 있었다는 의혹도 나왔다. 삼성은 국정농단사태가 발생한 이후 최씨외 그 일가에 대한 지원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삼성측은 또 유재경 대사 임명과 관련 "그를 대사직에 추천하거나 관여한 일은 없다"고 부인했다. 특검은 최씨의 미얀마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개입 의혹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수사와는 관계가 없다고 했다. 특검이 2월부터 삼성을 비롯해 주요 대기업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재계는 다시 긴장모드에 들어갔다. 특검은 2월 3일 삼성뇌물과 미얀마 ODA사업의혹과 관련, 공정위·금융위을 압수수색했고 승마지원과 관련해서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 김동선씨를 조사하기도 했다. 이미 삼성과 현대기아차의'경영 시계'는 제대로 돌아가지 못한 상황이었다. 삼성은 애초 연말에 이뤄져야할 사장단 인사가 무기한 연기된 상태고 이 부회장의 트럼프 취임식과 CES 2017 방문 모두 무산됐다. 삼성은 상반기(3월) 대졸 신입사원 공채 일정을 두고 결론을 짓지 못했다. 공채 폐지설이 나오고 일부 계열사만 자체 보강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삼성 공채에는 매년 20만명이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과 현대차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미국제품 구매, 미국인 고용)에 고민에 빠진 상태였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공장을 지을 수도 있다는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Axios)를 보고 트럼프 대통령은 3일새벽(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고마워요 삼성! 당신과 함께하고 싶다"(Thank you, @samsung! We would love to have you!)"라고 쓰기도 했다. 2월 5일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배포한 주주 서한에서 올해 경영환경과 관련, "정치적·경제적 불확실성과 함께 어려운 경제여건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리스크가 크고 광범위하며 복잡하게 얽혀있는 현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부문에서 관습적인 시스템과 업무방식을 점검해 철저한 위기관리 체계를 갖추겠다"고 말했다. 또 "공정개선과 검증강화를 위해 품질 경쟁력을 확대하겠다"고 했다.여의도 전경련빌딩 입구에 설치된 박정희 전 대통령 휘호 기념비
-삼성 전경련과 결별…미전실 해체 약속 재확인 삼성전자는 2월 6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정식으로 탈퇴원을 제출했다. 삼성전자 외에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전자 관련 계열사들도 줄줄이 탈퇴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작년 12월 6일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더는 전경련 지원금(회비)을 납부하지 않고 탈퇴하겠다"고 약속한데 따른 조치다. 삼성은 전경련 창립멤버이자 고(故) 이병철 창업주가 초대 회장을 맡았다. 삼성의 전경련 탈퇴는 앞서 탈퇴서를 낸 LG와 탈퇴예정인 SK 등보다 더 큰 파급력을 갖추며 전경련 와해를 가속화시켰다. 또한 삼성은 이날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끝나는대로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해체한다는 입장을 냈다. 삼성은 문자메시지를 통한 공지에서 "약속한 대로 미래전략실은 해체한다. 특검의 수사가 끝나는 대로 조치가 있을 것이다. 이미 해체 작업을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은 작년 12월 6일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삼성 미래전략실을 해체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지적에 "창업자인 선대 회장이 만든 것이고, (이건희) 회장이 유지해온 것이라 조심스럽지만 국민 여러분에게 부정적인 인식이있다면 (삼성 미래전략실을) 없애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