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호 배재대 한류문화대학원장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1월 25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장관을 사임한 근본적 이유에 대해 "(코미디언) 자니 윤을 한국관광공사 감사로 임명하라는 지시 때문이었다"고 증언했다. 유 전 장관은 자니 윤씨에게 "감사 자리 대신 그에 해당되는 대우를 해 주겠다 약속하니 자니 윤도 만족했지만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 다시 보고하니 '시키는 대로 하지 왜 쓸데없는 짓을 하냐'며 질책했다"고도 증언했다.감사(監事)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법인의 재산이나 업무를 감사하는 상설 기관 또는 그런 사람'이다. 어느 기관에서나 감사를 기관장과 같이 예우를 하는 이유는 경영행위를 감시하고 특히 재무ㆍ회계부정을 예방하는 활동 때문이다. 암행감찰을 위해 감사의 일정은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런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는 감사 자리가 선거 공신용 전리품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바로 유 장관 증언에서 밝혀졌다. 즉 (모든 기관이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감사(監事)가 아니고 정치적 보스가 선거에서 보여준 헌신에 감사(感謝)하기 위한 자리도 된단 말이다. 그러려니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싶지만 고액연봉, 비서, 법인 차량, 해외출장 비용 모두 국민 혈세가 쓰인다면 지금 같이 팍팍한 나라 살림에선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다.꼭 감사 자리 만이랴! 제왕적 대통령이 직ㆍ간접적 임명할 수 있는 직책은 적게 약 7000 개 많게는 1만개가 넘는다. 우리보다 인구, 면적, 국제 영향력이 월등한 미국에서 대통령은 8000여개 자리를 임명 한다. 그 중 1200여개가 상원인준이 필요하고 또 600여개 자리가 인사 청문 대상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대통령이 감사(感謝)하기 위해 꽂아줄 수 있는 자리가 상상보다 많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3급 이상 정부부처 고위 공무원 수는 장관급 포함 대략 1700명. 특정직 공무원(검찰, 외무, 경찰, 소방직 공무원 등) 4000여명도 대통령이 임명한다. 교육계에서 국립대 총장도 대통령의 인사권 범주에 있다. 명예직인 '민주평통 자문회의' 등 1000명이 넘는 각종 자문위원회 위원 등도 대통령이 위촉한다. 소위 선거판 '타짜'들은 정부ㆍ민간이 공동 투자하는 이유 등으로 국정 감사장에 나오지 않아 주목받지 않지만 고액연봉과 상당한 업무 추진비를 제공하는 신(神)이 숨겨놓은 속칭 '꿀보직'을 더 바란다. 이 자리도 1500여개라고 한다. 대통령이 감사할 수 있는 자리의 개수와 측근들의 충성도는 비례한다. 공천에 낙천되었거나 민주화 격동기를 겪으며 변변한 생계 대책을 갖지 못한 정치낭인들 때문에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선거는 (진영에 관계없이) 극단적으로 된다. 누가 대통령이 되건 간에 이런 지금 헌법 권력구조 밑에서는 제2의 '최순실' 같은 비선실세가 다시 나타나도 크게 이상한 일 아니며 벌써 여야 각 캠프마다 조짐도 보이고 있다. 매번 대통령 선거마다 개헌공약은 하지만 집권 후 분권형 개헌을 하고 싶어도 초기에 좌절되는 이유는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많은 자리를 주기 때문이다. 집권 초에 전리품의 '단 맛'에 중독되기 때문이다.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김종 전 문체부 차관,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이들이 몇 년 전 취임하는 영광스런 시간에 오늘의 추락을 예측했겠는가? 영국의 존 달버그 액턴 경은 "권력은 부패한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말을 남겼다. 차기 대통령이 선출되는 과정 그리고 집권 초기까지 국민들은 '개헌'과 '분권' 이슈가 후보들로부터 변질되고 외면당하지 않는지 시선을 떼어선 안 된다. 강병호 배재대 한류문화 산업대학원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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