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쏟아붜 치킨집 차렸는데 망했다'…불황·청탁금지법·AI에 외식업 '삼중고'

장기 경기불황, 청탁금지법, AI 이후 물가인상 등 식당 운영 부담 커져직원 3분의1 줄이고 가격 낮춰 메뉴 내놔도…매출 30% 줄어외식산업 경기전망지수 하락…올 1분기 더 어두워, '치킨집' 특히 타격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작년에 직원 4명을 내보냈는데 추가로 더 자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지금도 직원 중에 누가 자발적으로 나간다고 하면 오히려 고마울 정도예요. 장사가 안되니까 인력이 그만큼 필요없지."여의도서 23년간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본래 직원 12명을 두고 있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이후 직원을 3분의1로 내보냈다. 수년째 불경기라고 해도 여의도라는 특수성 때문에 매출은 꾸준히 유지돼왔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직격탄을 맞은 것은 청탁금지법 시행이었다. A씨는 "청탁금지법 이후 1만9900원, 2만5900원, 2만9900원짜리 메뉴를 내놨는데 3만원이라는 가격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10명 중 9명은 1만9900원짜리만 찾고 있다"며 "땅값 비싼 여의도서 무한리필까지 하는데 매출은 30% 줄었다"고 말했다.고기전문점뿐만 아니라 한식, 일식, 중식 등 객단가가 높았던 외식업종들도 타격이 크다. 인근의 한 중화요리전문점도 청탁금지법 이후 매출이 30% 줄었다. 2만5000원짜리 저녁메뉴를 개발했지만, 경기불황에 청탁금지법, 어지러운 시국까지 겹치며 저녁모임 자체가 줄다보니 상차림을 할 일도 많지 않다는 게 이곳 설명이다.직원 B씨는 "이곳에서 수년간 일하면서 손님이 이렇게 없었던 적은 또 드물었다"며 "점심에 오는 손님들도 단가가 높은 게 아닌 그야말로 자장면, 짬뽕, 탕수육 등 가격대가 가장 낮은 단품메뉴를 시키는 이들 뿐"이라며 혀를 찼다.경기불황과 청탁금지법 시행,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후 계란을 비롯한 식재료값 전반적인 물가인상 등의 영향으로 국내 외식업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외식경기 침체는 올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여, 당분간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10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표한 '16년 4분기 외식산업 경기전망지수'에 따르면 현재경기지수는 65.04로 전분기 67.51 대비 더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식, 일식뿐만 아니라 구내식당, 치킨, 제과점, 분식 등 전반적으로 모두 침체됐다. 주요 업종별 지수를 살펴보면 구내식당업(74.23→69.46), 치킨전문점(66.00→60.26), 제과업(69.29→64.90), 분식 및 김밥 전문점(68.53->62.76) 등 업종의 경기위축 정도가 상대적으로 가장 컸다. 이 외에 한식(65.13), 일식(72.99), 기타 외국식(90.74) 등 모든 업종이 전분기 대비 매출이 감소했다.문제는 올 1분기 경기전망도 63.59로 나타나, 앞으로도 외식업 경기 침체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는 점이다. 올 경기 전망 부분에서는 출장음식서비스업(59.51), 치킨전문점(58.54)의 전망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 기타 외국식(79.17)도 전망이 어두울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외식업계에서는 청탁금지법에서 정한 식사 금액 기준 3만원 상한액을 물가 상승률 등을 반영해 올려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전국 외식업체 632개를 대상으로 '청탁금지법상 음식물 제공 상한액 인식 조사'를 한 결과 객단가(구매자 1인당 구매액)가 3만원 이상인 276개 식당 중 81.5%가 '음식물 제공 상한액을 올려야 한다'는 응답이 나왔다.상한액을 올려야 한다고 답한 업체들이 희망하는 상한액 평균은 6만4000원이었고, 이들 중 87.6%는 이 금액으로 상한액이 조정되면 지금보다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또 이들 업체는 음식물 제공 상한액을 최근 논의되는 수준인 5만원으로 올리면 매출 감소액의 23.3%를, 10만원으로 올리면 42.3%를 회복할 수 있다고 답했다. 객단가 3만원 미만 업체도 조사대상 356곳 중 48.6%가 상한액을 인상해야 한다고 응답했다.외식산업연구원은 "청탁금지법이 고급식당뿐 아니라 중저가형 식당에까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어 매출감소에서 벗어날 수 없는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고 풀이했다.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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