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지난달 21일 법사위서 3시간 넘게 발언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약 28분 쓰는 데 그쳐
최민희, 지난달 25일 26차례 끼어들어 발언
더불어민주당 강성 지지자를 등에 업은 국회 상임위원장들이 사실상 해당 상임위의 주인공으로 나서면서 발언 시간을 상당 부분 차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당 의원의 발언 시간을 빼앗는 것을 넘어 중간에 끼어들어 자신이 하고 싶은 발언을 하기도 했다.
22대 국회 개원 한 달을 맞아 아시아경제가 3일 국회 의사중계시스템을 살펴본 결과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은 지난달에 진행된 4차례 법사위 전체 회의에서 5시간 31분 51초를 발언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의원 발언과 질의 시간 17시간 28분 08초 가운데 약 32%를 차지한 셈이다.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5차례 과방위 전체 회의에서 2시간 50분 40초를 발언하는 등 전체 의원 발언 및 질의 시간 13시간 3분 32초의 약 22%를 사용했다.
정 위원장은 지난달 21일 제3차 법사위 전체 회의에서만 총 3시간 16분 17초 동안 발언했다. 전체 의원 발언 및 질의 시간 8시간 59분 40초 가운데 약 36%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발언 및 질의 횟수도 64회로 전체 138회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정 위원장은 같은 날 오후 9시28분부터 시작해 오후 9시54분까지 26분간 3차례의 발언 기회를 얻어 말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정 위원장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가훈은 '정직하지 말자'인가, 이건 아니잖아요"라고 말하는 등 출석한 증인을 직접 압박했다. 이날 법사위에 참석한 의원은 정 위원장을 포함해 총 11명으로 한 사람당 49분 정도 발언 시간이 할애됐다고 볼 수 있지만, 정 위원장 외 의원 중에서 49분 넘게 발언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27분 55초 동안 발언 및 질의하는 데 그치는 등 가장 적게 발언 시간을 썼다.
최 위원장은 정 위원장보다 적은 시간을 발언했지만, 다른 의원의 발언 중간에 끼어든 횟수가 더 많았다. 최 위원장은 5차례 과방위 전체 회의에서 34차례, 정 위원장은 4차례 법사위 전체 회의에서 28차례 개입했다. 총 발언 및 질의 시간에 끼어들어서 발언한 시간은 포함되지 않아 실제로는 더 많은 시간 동안 말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제5차 과방위 전체 회의에서만 26차례 다른 의원의 발언 중에 끼어들어 말했다. 조인철 민주당 의원이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상대로 질의를 마친 후 한민수 민주당 의원의 질의 차례였지만, 최 위원장은 "여기 대통령 옹호하러 나왔습니까"라며 "정말 듣고 있으니까 답답해서, 제가 이런데 국민들은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라고 중간에 발언했다.
법사위는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특검법(채 상병 특검법), 과방위는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등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법안을 빠르게 처리했다. 과방위는 지난달 11일에 전체 상임위 중 가장 먼저 전체 회의를 열었고, 다음 날 법사위가 전체 회의를 진행했다.
다른 상임위들은 비교적 전체 회의를 적게 열었다. 민주당이 가져간 상임위 가운데 보건복지위·국토교통위는 6월 한 달간 3차례, 교육위·행정안전위·문화체육관광위는 2차례, 농림축산식품해양위는 1차례, 예산결산특별위는 열리지 않았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을 다룬 환경노동위는 법사위와 같은 5차례 열렸지만, 안호영 환노위원장은 총 1시간 31분 36초 발언했다. 환노위 소속 전체 의원 발언 및 질의 시간 10시간 4분 51초 가운데 약 15%를 사용한 것으로 정 위원장 대비 절반 수준이다.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은 정 위원장·최위원장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분위기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는 "정청래 위원장 기선제압 끝내주네요" "청문회 영웅 최민희 과방위원장을 기억합시다" 등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은 "난세에 영웅이 난다더니 딱 맞네요" "정청래 의원님 지금처럼만 해주세요. 선비 같은 민주당은 싫습니다" 등 반응을 보였다.
상임위원장이 발언을 독식할 경우 의원들의 다양한 주장과 의견이 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상임위원장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집중하면 상임위에서 어떤 역할을 해내겠다는 의원의 생각을 위축시킨다"며 "모든 칭찬뿐만 아니라 비판의 화살도 상임위원장에게 집중되는 나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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