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예방주사 맞은 기업들, 好실적 내며 '동병하치'효과

-외풍 불기 앞서 고강도 구조조정 나선 기업들 실적개선 -아시아나항공, 4년 연속 이자도 못벌다가 5년래 최대 영업익 -2014년부터 구조조정 나선 포스코, 흑자내고 부채비율 낮추고 -최근 마수걸이 수주한 현대重도 구조조정 강행…조선 빅3 유일 흑자기대-타이밍 놓치고 당국 주도한 해운구조조정, 한진 파산으로 해운몰락 초래-"겨울에 심해지는 병은 여름에 고쳐라" 동병하치, 선제적 구조조정 효과[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아시아나항공은 2015년 연말 '경영정상화 방안'을 내놓은 뒤로 한동안 홍역을 앓았다. 지난해 연초부터 조종사를 제외한 승무원ㆍ정비사ㆍ일반직 등으로 구성된 아시아나 노조가 구조조정에 반대해 농성에 돌입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었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은 2012년부터 4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한 상태였다. 회사 측은 작년 1월부터 ▲ 비핵심 자산 매각 ▲ 지점 통합을 통한 조직 슬림화 ▲ 희망휴직ㆍ희망퇴직 실시 ▲ 노선 구조조정 ▲ 에어서울 설립 후 일본ㆍ동남아 일부 노선 이관 등을 추진해 비용 절감과 수익 개선에 매진했다.그 결과 지난해 이 회사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은 2570억원으로 전년보다 444.5% 증가했다. 2011년 이후 최대 실적이고 당기순익은 543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저유가 기조 등 우호적인 대외환경이 이어진 데다 경영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 시행이 성과를 낸 덕분이다.포스코는 철강산업의 글로벌 공급과잉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권오준 회장이 취임한 2014년부터 계열사ㆍ자산 구조조정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포스코는 지난해 국내외 시황 부진과 그룹 구조조정에 따른 법인 수 감소 등으로 매출액은 전년보다 8.8% 감소했지만 외국에서의 철강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영업이익은 2조8443억원으로 18.0% 늘었다.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1조482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영업이익률은 10.8%를 기록해 2011년 이후 5년만에 두 자릿수를 회복했다. 또한 권오준 회장 취임 후 3년간 순차입금이 7조1000억원 줄면서 연결기준 부채비율을 74.0%로 낮췄다. 포스코 별도 부채비율은 17.4%로 창사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 됐다. 권 회장은 이같은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지난달 25일 열린 포스코 이사회에서 최고경영자(CEO) 단독 후보로 결정됐다. 오는 3월 주주총회 의결이 남아있지만 사실상 연임에 성공했다. 권 회장은 올 시무식에서 "'마부정제(馬不停蹄ㆍ달리는 말은 말굽을 멈추지 않는다)의 마음으로 다음 50년의 도약을 준비하자"면서 "저수익 사업의 구조 개선과 효율화를 계속 추진해 그룹의 사업 구조를 더욱 강건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룹사 간 강점을 융복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규 프로젝트 발굴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6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지난해 경영실적을 발표한 기업 가운데 아시아나항공,포스코와 같이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실적개선에 성공한 기업들이 눈에 띈다. 이들 기업은 구조조정 초기 내부 반발에도 구조조정의 필요성과 당위성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회사측이 내외부의 변수에 휘둘리지 않고 구조조정을 적극 시행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른바 동병하치(冬病夏治,겨울에 심해지는 병은 여름에 고치라)라는 치료로 효과를 본 것이다. 동국제강도 2015년 본사 사옥인 페럼타워를 4200억원에 매각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과 함게 봉강, 컬러강판, 형강 등 고수익 제품군을 중심으로 영업을 확대하고 포트폴리오 대응을 강화하는 사업재편을 펼쳐왔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5조66억원로 전년보다 12.5%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32.7% 오른 2570억원을 달성했으며 당기순익은 1143억원을 기록해 5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최악의 수주가뭄을 겪은 조선 3사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지만 구조조정의 진척과 성과는 엇갈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증권가의 전망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오는 9일 실적발표를 앞둔 가운데 영업이익은 1조6천억원대를 기록하며 3년 만에 흑자전환할 것으로 예상됐다. 흑자는 조선 3사 가운데 유일하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초대형 원유운반선 2척을 계약하며 올해 마수걸이 수주에 성공했다.

사측의 구조조정과 임단협 제시안에 반대하고 있는 한 노조의 시위모습.

현대중공업은 전기ㆍ전자와 건설장비 등 비(非)조선 사업부문을 모두 분사해 6개 독립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조선ㆍ해양ㆍ엔진 등 선박 건조와 직접 관련 있는 사업을 하나로 묶고, 나머지 비조선 사업 부문을 각각 떼어내 총 6개의 독립회사로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노조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구조조정에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자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은 최근 노조에 회사가 내놓은 임단협 제시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인력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에 의해 구조조정이 추진된 해운 빅2의 운명은 극명하게 갈렸다. 현대상선이 회생에 들어간 반면에 한진해운은 오는 17일 파산선고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진해운은 해운업 불황에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구조조정의 타이밍을 놓쳤다. 한진해운 경영권이 최은영 전 회장에서 시숙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넘어갔고 조 회장은 2014년부터 한진해운의 경영 정상화에 매진했으나 해운업 장기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결국 작년 4월 25일 자율협약을 신청한 한진해운은 채권단의 자구책 요구를 끝내 충족하지 못해 자금 지원이 중단되자 그해 9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법정관리 이후 금융당국과 정부, 한진해운의 무책임과 무능력으로 인해 물류대란 사태가 벌이지고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김원규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 경제의 혁신 강화와 효율성 제고를 통한 성장회복을 위해서 기업 구조조정은 필수적 과제로, 최근 정치불안정 등으로 완화·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한계기업 구조조정을 더 이상 지연해서는 안되며, 다만 구조조정 시 산업별 특성을 반영할 필요가 있고 산업경쟁력 강화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정부·민간부문의 긴밀한 협력과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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