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홍유라 기자]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이 대세다' 이런 말이 많은데 실제로 확인해 보니 제가 대세가 맞더라"라고 말했다. 농반진반으로 한 말이었지만 신중한 성격의 문 전 대표가 대세론을 인정할 정도로 독주 체제를 굳혀 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정치권에서는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란 용어까지 등장했다. 설 직후 발표된 여론 조사를 통해서도 '문재인 대세론'이 입증되고 있다. 1일 발표된 리서치앤리서치의 여론조사(세계일보 의뢰·1월30일·1011명·신뢰수준 95%·표본오차 ±3.1%포인트· 상세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32.8%로 조사됐다. 2위를 차지한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의 지지율은 13.1%에 불과했다.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상승추세인 반면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은 꺾이면서 1, 2위 주자의 지지율 격차가 20%포인트에 육박하고 있다. 문재인 대세론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상반된다. 문 전 대표 측에서는 2007년 'MB대세론'과 흡사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주자들은 '창(昌) 대세론'처럼 꺾일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내 경선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를 접전 끝에 물리친 뒤 MB 대세론을 구가하면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를 약 500만표 차이로 눌렀다. 반면 2002년 대선에서 줄곧 지지율 선두를 달리던 이회창 후보는 '노풍(盧風)'에 밀려 대권을 눈앞에 두고 분루를 삼켜야 했다. 당시 대세론에 편승해 너무 안주한 게 패배의 원인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문 전 대표 측은 10년 '좌파 정권'에 피로감을 느낀 보수층 지지자들이 결집해 MB대세론을 만든 것처럼, 10년 우파 정권에 염증을 느낀 중도·진보 성향의 유권자들이 문재인 대세론을 만들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좌파정권 10년을 겪으면서 이번엔 바꿔야 한다는 민심이 강했던 2007년 대선과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들이 많은 지금 상황이 비슷한 면이 있다"면서 "정권 교체를 바라는 민심은 오히려 지금이 훨씬 더 강하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BBK 의혹 등에 시달렸던 MB와 달리 문 전 대표는 이미 검증이 끝났다는 점에서 문재인 대세론이 MB 대세론보다 더 단단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은 BBK 의혹 외에도 여러 흠이 많았지만 정권을 바꿔야 한다는 보수층 유권자들이 그런 허물을 모두 덮어줬다"면서 "문 전 대표 주변에 돌발 악재가 돌출하더라도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들이 크게 개의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세론이 일거에 무너질 수 있다는 주장도 꾸준히 존재한다.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대세론에 대해 "차기 대선이 언제 열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또 언제 여론이 출렁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셀프 김치국을 마시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세론이 보수층의 위기의식을 자극해 보수층 결집의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탄핵으로 숨죽인 '샤이 보수층'은 언제든 빠르게 결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를 대선주자로 탐내는 배경이다. 이와 관련 이재명 성남시장은 31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금 보수정권들이 약간의 분열과 혼란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순식간에 재결집할 거라 본다"고 경고한 바 있다. 대세론을 무너뜨리기 위한 타 후보의 공격도 잇따르고 있다. 문 전 대표가 31일 반문(반문재인) 연대에 대해 "정권 교체를 반대하는 연대"라고 비판하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본인만 정권교체라 생각하는 교만함이 묻어나오는 표현"이라고 각을 세웠다. 홍유라 기자 vand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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