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구설수로 지지율 답보캠프에선 '親李'-'외교관' 내분외곽 지원세력도 이탈 조짐[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홍유라 기자] 여권 유력 대선주자인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귀국 일주일만에 위기에 봉착했다. 과거 한일 위안부 합의를 칭찬했던 발언에 대한 집요한 질문과 일부 인터넷 언론의 악의적 동영상 편집에 뿔난 그는 지난 18일 "나쁜 놈들"이라며 취재진을 향해 격한 감정을 토로했다. 캠프 개인 참모에게 개인적으로 내뱉은 이 같은 발언은 근처에 머물던 언론사 녹음기에 우연히 잡혔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 사진=아시아경제 DB
잇따른 '구설(口舌)'에 휘말린 데 이어 캠프 내 외교관 그룹이 의도적으로 친이(친이명박)계 인사들을 배척하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대선 출사표를 던지기 전부터 그를 지지하는 조직은 균열을 드러내고 있다. 악재는 지지율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하루 500㎞ 넘는 강행군을 펼쳤지만 리얼미터와 한국 갤럽 등 각종 여론조사기관의 조사에서 1위 대선후보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의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한 채 주춤거리고 있다. 리얼미터가 19일 '레이더P' 의뢰로 실시해 발표한 '1월 3주차 주중집계(16~18일ㆍ1507명ㆍ응답률 14.4%ㆍ표본오차 95%ㆍ신뢰수준 ±2.5%포인트)'에서 반 전 총장은 지지율이 0.4%포인트 내린 21.8%를 기록했다. 날짜별로 살펴보면 16일 0.7%포인트 오른 22.9%로 출발했으나 17일(22.5%)과 18일(21.7%)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반면 강력한 경쟁자인 문 전 대표는 지지율이 2.0%포인트 오른 28.1%로 상승세를 유지했다. 반 전 총장 측은 일종의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후 지지율 상승)를 기대했으나 보수와 진보를 오가는 갈지자 행보가 지지율 상승에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캠프 안팎에선 "선이 굵은 감동적인 메시지가 없었다"는 자숙론까지 일고있다. '음성 꽃동네 턱받이'와 '퇴주잔', '국기에 대한 경례' 논란 등 연일 불거진 구설도 악영향을 끼쳤다. 가장 최근에는 광주 조선대 강연에 앞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순서에서 목례를 하려다 실수를 깨닫고 오른손을 가슴 쪽으로 올린 사건이 회자되고 있다. 반 전 총장 영입에 사활을 걸던 정당들의 태도도 돌변했다. 정병국 바른정당 창당준비위원장은 이날 반 전 총장의 입당설과 관련, "구체적이고 공식적인 협의는 없었다"며 선을 그었다. 정 위원장은 의원회관에서 열린 팀장-고문단 회의에서 "(반 전 총장 측과) 대화를 하더라도 (캠프 인사들에 대한 당직 임명 등) 전제조건을 갖고 대화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날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도 "박근헤 정권을 잇는 모습을 계속 드러내면 (반 전 총장에게 입당의) 문을 닫을 수도 있다"며 정체성에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음성 꽃동네를 방문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 사진=연합뉴스
반 전 총장은 지난 12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직후 공항철도 티켓을 끊으면서 만원짜리 지폐 2장을 한꺼번에 자판기에 넣는 등 잇따른 논란에 휩싸였다. 꽃동네 봉사 때는 앞치마를 턱받이처럼 착용했고, 선친 묘소를 참배하면서 퇴주잔을 마셨다는 논란까지 일으켰다.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기본적인 것도 모르는 사람"이란 비난이 일었다. 한편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서울 테헤란로 사무실을 방문해 본격적인 정치행보에 나선다. 반 전 총장 측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을 예방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이 자리에선 캠프 내 대거 자리잡은 MB계 인사들에 대한 얘기도 오갈 것으로 관측된다. 캠프 안팎에선 김숙 전 유엔 대사를 축으로 하는 외교관 그룹이 MB계인 곽승준 고려대 교수(전 청와대 국정기획 수석),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 등을 의도적으로 배제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같은 외교관 그룹 내에서도 김 전 대사와 오준 전 유엔 대사가 알력을 빚고 있다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 캠프 측 인사는 "와전된 내용들"이라고 해명했지만 반 전 총장의 행보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 전 총장을 지지하는 외곽 지원세력도 혼란을 겪고 있다. '반사모(반 전 총장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관계자는 "반 전 총장의 바른정당 등 입당설이 제기되면서 일부 회원들이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귀국 이후 명확한 노선을 보여주지 못한데다가, 독자 창당 등을 놓고 캠프 내에서 이견이 불거지면서 실망하는 분위기"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다만 "지역 조직을 확충하면서 전반적으로 회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 전 총장은 이날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와 면담하고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인 손명순 여사도 예방한다. 오전에는 최규하 전 대통령이 안장된 대전 현충원을 찾아 이승만ㆍ박정희ㆍ김영삼ㆍ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작고한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참배에 마침표를 찍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홍유라 기자 vand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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