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홍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국정농단을 초래하고 있는 최순실 사태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시비리와 학사비리가 발단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정유라는 이화여대의 2014년 체육특기자 입학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고, 이대의 전 학장과 입학처장은 입시 및 학사관리 특혜 혐의로 특검의 수사를 받고 있다. 더욱이 정유라는 출석도 하지 않고 과제도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학점을 받은 것으로 밝혀져서 많은 대학생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최순실과 학교 측의 지시에 따라 엉터리로 학점을 준 교수는 조교를 시켜 허위 답안지를 대리 작성케 한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그런데 이러한 입시비리와 학사비리가 비단 정유라 하나뿐이 아니라는 데에 더 큰 문제가 있다. 그동안 체육특기자의 입시는 끊임없이 각종 비리로 얼룩져 왔다. 체육특기자 제도가 바로 입시비리의 온상이 되어 온 것이다. 체육특기자 제도는 체육에 특별한 소질을지닌 엘리트 스포츠선수를 우대하기 위해 대학 입학의 특혜를 주는 제도이다. 따라서 선수들은 '공부는 못해도 운동만 잘하면 된다'는 의식 하에 운동에만 매달리게 됐다. 더욱이 이 제도는 수많은 입시비리를 양산한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왜냐하면 다수의 평가관이 검토하는 체육과의 일반전형과 달리 체육특기자 특별전형은 교수나 감독 등 소수의 인원들만이 특기자 선발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객관적인 점수가 아닌 서류와 면접 등 주관적 평가 요소의 비중이 매우 높아서 정유라처럼 권력이 개입된 비리유형부터 금품수수를 통한 입시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13년에는 울산의 한 대학 축구감독이 고교 감독으로부터 총 1억2000만원, 학부모로부터 총 69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학생을 입학시킨 혐의로 기소 당했고, 지난해에도 서울 한 사립대 야구부 감독이 학부모의 청탁과 함께 2000만원을 받아 문제가 됐는데, 이는 빙산의 일각이라 할 수 있다. 체육특기자로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선수들은 본인의 운동 종목 이외의 수업을 제대로 듣는 경우는 거의 없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히딩크 감독이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하고 나서 두 번 놀랐다고 한다. 하나는 거의 모든 대표선수들이 대학을 졸업했거나 대학생 신분이었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그 선수들 중에 영어를 제대로 하는 선수가 하나도 없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선수들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교실에서 수업을 받은 시간은 거의 없이 오로지 운동실력으로만 대학을 갈 수 있고, 대학 진학 후에도 운동에만 매달려야 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보니 대졸선수라 하더라도 영어 한마디 못하는 것이 당연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수업을 한 번도 듣지 않은 정유라에게 학점이 나온 것도 그리 놀랄만한 일이 아닐지 모르겠다. 미국의 타이거 우즈는 스탠퍼드 대학에 입학했다가 골프와 수업을 동시에 소화하기 어려워 대학을 중퇴한 것을 보아도 미국대학에서는 선수라고 해도 수업면제 혜택을 주지 않고 엄격히 학사관리를 하고 있다. 그런데 LPGA에서 일 년 내내 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여자골프선수들은 대부분 대학생이거나 졸업생들이다. 이제는 정유라 때문이 아니라도 체육특기생들에 대한 입시비리 근절과 교육의 정상화를 이뤄야 할 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감히 체육특기자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비리도 없애고 교육정상화를 이루는 방법이다. 더 이상 프로선수가 대학 졸업장이 있다고 해서 몸값이 올라가거나 더 존경받는 시대도 아니지 않는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체육특기자 제도를 없앤다고 해서 혹시나 대한민국의 올림픽 금메달 수가 줄어든다 해도 이제는 우리 국민들도 깨끗한 대한민국을 위해 그 정도의 대가는 감내할 수 있을 만큼 성숙되었음을 평화로운 촛불시위가 보여주고 있다.김지홍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