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디가드'를 무대로 옮겨온 뮤지컬 '보디가드'
뮤지컬 '보디가드'에서 레이첼 마론 역을 맡은 정선아. 이 역에 정선아와 양파, 손승연이 트리플 캐스팅됐다.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휘트니 휴스턴과 영화 '보디가드' 휘트니 휴스턴(1963~2012)이 너무 일찍 우리 곁을 떠난 지도 5년이 됐다. 말년에는 약물 중독과 음주, 이혼 등으로 가십성 기사에 자주 등장했다. 하지만 대중들은 그가 반짝반짝 빛나던 때를 잊지 못한다. 휘트니 휴스턴은 마돈나, 지금은 고인이 된 마이클 잭슨 등과 함께 1980~90년대 미국 팝시장을 이끌었다. 스물 두 살 때인 1985년 자신의 이름을 내세워 발표한 앨범 '휘트니 휴스턴'은 전세계적으로 2500만장이 팔렸다. 역대 여성 솔로 가수의 데뷔 앨범 기록으로는 최고다. '그레이티스트 러브 오브 올(Greatest love of all)', '세이빙 올 마이 러브(Saving all my love)', '아이 워너 댄스 위드 섬바디(I wanna dance with somebody)', '런 투 유(Run to you)' 등 주옥같은 히트곡이 쏟아져 나왔다. 팝의 여왕이라는 찬사가 뒤따랐다. 휘트니 휴스턴의 인기와 명성은 1992년 영화 '보디가드'에 출연하면서 절정을 찍었다.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정상의 팝스타 '레이첼 마론' 역에 휘트니 휴스턴 말고는 다른 인물을 상상할 수 없었다. 뒤에서 묵묵히 스타를 지키는 보디가드 역의 케빈 코스트너와의 호흡도 환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주제곡 '아윌 올웨이즈 러브 유(I'll always love you)'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14주 연속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올랐으며, 앨범은 전세계적으로 4200만장이나 팔렸다. 너무 높이 올라간 탓인지, 영화 '보디가드' 이후의 휘트니 휴스턴은 서서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영화 개봉 이듬해인 1993년 바비 브라운과의 결혼이 불운의 시작이었다.
뮤지컬 '보디가드'로 뮤지컬 첫 무대에 선 양파(이은진)의 모습.
◆영화 '보디가드'와 뮤지컬 '보디가드' 영화 '보디가드'가 뮤지컬로 재탄생한 건 2012년의 일이다. 휘트니 휴스턴이 세상을 떠난 바로 그 해다. 그해 11월 웨스트엔드에서 성공적으로 초연 무대를 가진 후 영국, 아일랜드, 독일, 모나코, 네덜란드 등 유럽 진출에 성공했다. 6년간의 기획 개발 단계를 거친 끝에 만든 작품이지만, 정작 주인공인 휘트니 휴스턴은 이 완성 무대를 끝내 보지 못했다. 무대는 영화의 스토리를 그대로 가져왔다. 스토커에 쫓기는 팝스타와 냉철하고 이성적인 경호원이 펼치는 로맨스가 주요 축을 이룬다. 하지만 역시 이 작품의 주인공은 음악이다. 기존 주제곡에다 휘트니 휴스턴의 히트곡들을 적재적소에 엮어 콘서트장을 방불케 한다. 아시아에서는 한국에서 최초로 지난 달 14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개막했다. 화제를 모았던 '레이첼 마론' 역에는 뮤지컬 배우 정선아, 가수 양파와 손승연이 트리플 캐스팅됐다. 보디가드 '프랭크 파머' 역은 배우 박성웅과 이종혁이 연기한다. 처음에는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던 스타와 보디가드가 서서히 서로에게 마음을 여는 과정이 영화처럼 섬세하진 못하다. 다만 이 모든 단점을 음악이 채우고도 남는다. 빠른 무대 전환과 다양한 볼거리가 120분의 시간을 짧게 느껴지게 한다.
양파는 이번 뮤지컬 도전을 위해 살을 5kg 찌웠다고 했다. (사진제공 : 랑)
◆뮤지컬 '보디가드'와 가수 양파 휘트니 휴스턴을 동경하던 중학교 소녀는 1997년 고등학생이 되자마자 가수로 데뷔했다. 데뷔곡 '애송이의 사랑'은 엄청나게 히트를 쳐 요즘의 아이돌만큼의 인기를 누렸다. 그때 그 소녀가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가수 '양파'다. 첫 시작은 화려했지만 가장 바쁘게 보내야할 20대의 시절 대부분을 소속사 문제로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20년 만에 처음으로 뮤지컬 무대에 서게 된 게 공교롭게도 '보디가드'다. 지난 달 진행된 인터뷰에서 "작품을 하면서 어린 시절 받았던 스토커들의 편지도 생각나고, 초등학교 때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를 따라 불렀던 것도 기억난다"고 했다. 첫 뮤지컬 무대에 서기 위해 우선 체력부터 단련했다. 무대 위에서 양감을 확보하기 위해 살을 찌우고, 매일같이 운동을 했다. 아이돌 댄스보다도 어렵다는 안무를 소화하기 위해 모두들 퇴근하고 난 후 나머지 연습을 했다. 처음에는 "'항복'을 외치고 그만두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하루하루씩 스스로 성장하는 기쁨"이 컸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대 활동했던 S.E.S와 젝키의 컴백 소식에 "90년대 동료가수들이 전선을 형성해주고 있어서, 전우애가 느껴져 든든하다"고도 했다. "휘트니 휴스턴의 전성기였던 90년대 감성을 전달하기에는 내가 딱이지 않을까"라고 자신감도 내비쳤다. 뮤지컬이란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도 가수로서의 목표도 다진다. "남기지 못한 목소리가 많다. 앞으로는 매년 내 목소리를 대중들에게 들려줄 수 있게 하고 싶다."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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