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 불공정·근로자 불안·부실공사' 추방 '건설업 혁신 3불(不) 대책' 발표'계약자 직접시공 의무화·근로자 적정임금 보장' 추진안전사고 내면 하도급 업체도 5년간 공사 참여 못해
주계약자 공동도급제(자료:서울시)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 서울시가 발주하는 건설공사에 원도급(종합건설) 업체와 하도급(전문건설) 업체가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하는 '주계약자 공동도급제'가 전면 도입된다. 또 안전사고를 낼 경우엔 원도급 업체 뿐 아니라 하도급 업체도 5년간 건설공사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서울시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건설업 혁신 3불(不) 대책'을 28일 발표했다. '3불'은 하도급 불(不)공정·근로자 불(不)안·부(不)실공사를 뜻한다. 3불을 성사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주계약자 공동도급제 확대를 통한 '건설공사 실명제' 의무화 ▲건설근로자 적정임금 지급 의무화 ▲안전사고 유발 하도급 업체 5년간 공사참여 배제 등을 추진한다.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불공정·부조리를 해소하고 건설업체간 상생기반을 구축해 건설근로자의 처우개선과 안전사고 예방을 동시에 이뤄나가자는 취지다.
건설업 혁신대책 추진 로드맵(자료:서울시)
◆주계약자 공동도급제 100% 적용 추진= 우선 시는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를 100% 적용한다. 이 제도는 종합건설업체와 전문건설업체가 도급-하도급 관계가 아닌 동등한 계약당사자 지위에서 발주자와 공동 입찰·계약하는 방식으로 요약된다. 지금까지는 발주자가 종합건설업체(원도급)와 공사 계약을 체결하면 원도급 업체는 또 공종별로 1개 이상의 전문건설업체와 하도급 계약을 맺는 형태로 진행돼 왔다. 이로인해 실제 공사의 대부분은 시와 직접 계약을 맺지 않은 하도급 업체가 시공하는데,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부조리와 안전문제는 이같은 수직적·종속적 하도급 체계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시는 분석했다. 시는 현행 법령에 따라 추정가액 2억~100억원 규모의 건설공사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모두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로 발주할 방침이다. 내년 7월부터는 100억원 이상 공사로도 확대할 수 있도록 행정자치부에 예규 개정을 건의할 계획이다. 또 설계 단계에서부터 공종내역을 명확히 구분해 '주계약자 공동도급제' 발주 검토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건설사업관리자(CM), 시공 관련 전문가가 직접 참여하는 '상생 자문위원회'를 구성·운영할 예정이다.또 100억원 이상 공사에 대해선 시범사업을 통해 문제점을 찾고 개선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대상공사(2억~100억원 → 2억원 이상), 부계약자 구성원수(5개 이내 → 2개 이상), 구성원별 계약참여 최소비율(5% 이상 → 2% 이상) 등을 확대할 수 있도록 행정자치부와 협의한다. 더불어 원도급사에 일정 부분 직접시공 의무를 부과하는 '직접시공제' 비율을 2019년 100%를 목표로 연차별로 확대한다. 이는 기술·시공 능력이 없는 부실업체나 모두 하도급하는 페이퍼컴퍼니를 퇴출하기 위한 조치다. 내년 7월부터 30%, 2018년 60%, 2019년 100% 목표로 추진한다.◆건설근로자에 적정임금 보장 의무화= 이와 함께 건설근로자에 대한 적정임금 보장 의무화도 마련된다. 업체가 건설근로자에게 시중노임단가 이상의 적정임금 지급하도록 해 공사 품질과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가 발주한 공사장에 근무하는 6316명의 근로자에 대한 임금지급 실태조사 결과 17%가 시중노임단가 미만을 수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노임단가는 대한건설협회 주관으로 연 2회 전국 2000개 건설현장의 근로자 지급 임금 등을 통해 산출한 전국 건설근로자의 직종별 평균임금이다.시는 시 발주 건설공사 참여시 건설근로자에게 시중노임단가 이상을 지급할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서울시 공사계약 특수조건'을 개정하기로 했다. 시범사업을 통해 개선방안을 마련한 후, 내년 7월부터 전면시행할 계획이다. 또 '대금e바로'에서 기존 총지급액과 함께 근무일수, 직종, 시중노임단가를 추가로 안내하고 문자로도 발송한다. ◆안전사고 내면 하도급업체도 5년간 입찰참여 금지= 앞으로 기본수칙을 지키지 않아 안전사고를 낸 하도급업체는 향후 5년간 시 공사참여에서 배제된다. 원도급 업체가 아닌 하도급 업체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서울시가 전국 최초다. 그간 건설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계약 당사자인 원도급 업체에만 벌점을 부과하고 입찰참가를 제한해왔지만, 하도급 업체는 법령 등에 근거조항이 없어 제재를 하지 못했다. 시는 '서울시 공사계약 특수조건'을 개정해 제재 근거조항을 마련하고, 안전사고를 일으킨 하도급 업체에 대한 사고이력관리도 시작하기로 했다. '기본사항 10대 항목을 어겨 1명 이상 사망, 3개월 이상 요양 부상자 2명 이상, 부상자 10명 이상의 중대재해 발생시 하도급 계약시점부터 5년간 서울시 하도급공사 참여를 배제한다'는 내용이다. 또 하도급 업체 사고이력관리는 계약사가 시 건설정보관리시스템(One-PMIS)에 하도급사의 사고 경위, 재해 내용 등을 입력하도록 강제하는 방식으로 추진한다.
불법·불공정 하도급 관리 강화 방안(자료:서울시)
한편 '건설업 혁신 3불 대책'이 현장에서 잘 작동되고 있는지 여부를 시스템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국토교통부, 건설근로자공제회와 협업해 내년 6월부터 '하도급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한다. 불법 하도급 계약, 건설근로자의 근로내역, 임금지급 등을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다. 국토부의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이 보유한 원·하도급 건설공사대장 자료, 건설근로자공제회가 보유한 근로자 근무정보를 서울시 '대금e바로' 시스템과 연계해 대조·확인할 수 있게 된다. 또 건설현장 근로자들이 전자카드를 이용해 실제 근무시간을 기록하는 '전자인력관리제'를 내년 하반기부터 50억원 이상 모든 건설공사장으로 확대 실시한다. 박원순 시장은 "오랜 관행으로 굳어진 수직·종속적 하도급 체계를 수평·협력적 체계로 바꾸어 건설현장에서의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사고를 유발한 업체는 시 공사에 참여할 수 없도록 제한해 안전불감증이 사라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건설업혁신 대책이 뿌리내리기 위해 현행 계약제도, 적정한 공사비 및 임금산출 등에 대한 지속적인 개선과 관련 법률을 개정하는 등 관련 기관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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