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20대 국회가 예년과 다른 높은 법안처리 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상임위에 따라 법안 처리율에 있어서 커다란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법안의 40% 가까이 처리한 우수 상임위가 있는가 하면 1%밖에 처리 못 한 상임위도 있었다.20일 기준으로 국회에는 4303개의 법안이 제출됐다. 이 가운데 가결, 대안반영, 폐기, 철회 등 '처리'된 법안은 모두 616개다. 원안 그대로 통과된 법은 150개, 수정 통과된 법안은 99개, 위원회 대안이 되어 반영된 법안은 321개였다. 이외에 폐기된 법안이 1개, 철회된 법안도 45개 있었다. 법안이 처리됐다는 것은 해당 법안에 대해 국회가 가결이든 부결이든 법의 처리 방향을 결론 냈다는 뜻이다. 높은 처리율은 그만큼 국회가 일을 열심히 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특히 지금까지 20대 국회는 전체 법안의 14%가 처리됐는데 19대 국회(9%)와 비교하면 높은 가결률이다.하지만 상임위별로 처리율은 커다란 차이를 보였다. 가령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335개의 소관 법률 가운데 131건을 처리했다. 법안처리율이 39%에 이르는 것이다. 다른 상임위보다 농해수위가 높은 법안처리율을 기록한 것에 대해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농해수위 간사)은 "전통적으로 여야 간 극한 대립이 적었다"고 설명했다. 농촌을 지역구로 하는 여야 의원들이 농해수위에 다수 포진해 있다 보니 여야 간 구별에 사로잡히지 않고 합심할 여지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농해수위 간사)은 "의원들이 농어촌 관련 법안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면서도 "19대 국회 후반기 세월호법 문제로 처리되지 못했던 정부법안들이, 20대 국회에서 다수 처리됐던 것도 일정 부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반면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167개 제출 법안 가운데 단 2건만 처리했다. 법안처리율은 1%에 불과했다. 주된 원인은 방송법과 방송문화진흥회법,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등 4개 법안 때문이다. 여당은 이 4개 법안을 빼고 나머지 법안을 논의하자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이 법을 포함해 전체 법안을 함께 논의할 것을 요구했다.통상 법안은 상임위 전체회의에 상정되면 법안소위에 회부해 집중적으로 심사를 거친 뒤 심사결과 모인 안을 전체회의에서 의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미방위의 경우에는 방송법 등 4법 관련 논란으로 대부분의 법안이 법안소위로 부쳐지지 못하고 있다. 여야 간에 이처럼 방송 4법을 두고 이견이 첨예한 것은 야당은 현재 방송법과 비교하면 좀 더 방송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반면 여당은 이에 대해 난색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미방위 간사를 맡은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정기국회에서 당장 처리하자는 것도 아니고 소위에 일단 심사를 하자는 것"이라면서 "새누리당이 법안소위 회부를 미루는 것은 2월 MBC 사장 인사와 3월 종합편성채널 재승인을 앞두고 시간 끌기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조기 대선이 되면 법안을 심사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이 없다"며 "여당이 막무가내로 법안 회부를 거부하고 있어 나머지 법들까지 처리가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법안소위가 복수로 운영됐다면 방송이 막히더라도 나머지 법안은 속도감 있게 처리됐을 텐데 법안소위 복수설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부분이 아쉽다"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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