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의 국내 은행 대비 총자산 비중이 12.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 금융 중심지로서의 위상 제고를 위해 외국계 은행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등 영업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5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국내 외은지점의 이탈 원인과 시사점'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지난 6월 기준 외은지점의 총자산이 273조원으로 국내 은행 대비 12.2%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른바 '금융 중심지'로 꼽히는 홍콩(36.3%, 2015년 기준), 영국(30.0%, 2014년 기준) 등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국내에 진출했던 해외 은행들이 지점이나 사무소를 폐쇄하는 등 국내 철수 사례가 빈번히 발생했다. 지난해 3월 영국 최대 은행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가 서울 지점을 폐쇄한 데 이어 올 들어 바클레이즈(1월), 골드만삭스(2월), UBS(4월), BBVA(10월), 산탄데르(10월) 등이 국내 사무소를 폐쇄하는 등 유럽계 은행을 중심으로 이탈이 가속화됐다. 앞서 홍콩상하이은행(HSBC)도 소매금융 사업을 접고 10개 지점을 폐쇄하기도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월말 기준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현지법인 제외) 수는 42개이며 이 중 지점과 사무소는 각각 47개, 17개가 운영 중이다.최근 유독 유럽계 은행의 이탈이 늘어난 가장 큰 원인으로는 바젤III로 대표되는 글로벌 자본규제 및 장외파생상품 거래 관련 규제 강화로 모(母)은행의 자본 확충에 대한 부담이 커진 점이 꼽힌다. 파생상품 거래에 따른 수익보다 증거금 수수료나 예탁 수수료 등 규제 강화에 따른 거래비용 증가가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아울러 지난 6월 발표된 외화건전성 제도 개편에서 일부 외화거래 관련 규제 완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도 외은지점에게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외은지점의 선물환포지션 한도가 150%에서 200%로 상향 조정됐으나 자기자본을 고려해 선물환 거래를 해야 하는 부담은 여전히 존재한다.다만 최근 인도, 인도네시아, 중국 광대은행 등 아시아계 은행이 국내에 지점을 설치하는 등 신규 진입도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투자은행(IB) 관련 부문의 경우 유럽계 은행이 파생상품 거래를 주도한다는 점에서 역할을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의 해외 진출도 중요하지만 글로벌화의 관점에서 해외 은행들이 국내에서 영업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통해 아시아 금융 중심지로서의 위상 확립도 필요하다"며 "외은지점이 국내에서 원활하게 영업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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