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적' 복선 깐 대통령 특검수사도 불응하나

제왕적 특권 앞세워 거부 가능성…검찰, 뇌물죄 적용 등 보강수사 착수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비선실세 국정농단·이권개입의 주모자로 지목된 '피의자' 박근혜 대통령이 제왕적 특권을 앞세워 검찰은 물론 특별검사 수사에도 응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이광철 변호사는 "박 대통령 측은 20일 '중립적 특검의 수사를 받겠다'고 했는데 '중립적'이라는 복선을 깔아 놓은 걸로 봐서 야당이 추천하는 특검에 중립성 문제를 걸고 넘어질 게 분명하다"며 "특검 수사에도 제대로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최순실 게이트'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의 20일 수사결과 발표로 최씨가 재단 및 본인과 측근 업체를 통해 이권을 노리거나, 국정기밀을 받아 볼 때마다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청와대 참모나 정부 고위 관계자가 이를 거들어 온 단면이 드러났다. 검사장 출신 박영관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이 박근혜씨를 단순한 공범이 아닌 사실상 주모자로 적시하고 있고, 최순실과 안종범 위에 군림한 지휘, 감독자로 규정했다"며 "더 이상 대통령의 지위를 이용해 사태를 반전시키려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박 대통령은 그간 국민 앞에서 "좀 더 꼼꼼하게 챙겨 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 "선의의 도움을 주셨던 기업인 여러분"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 등 본인의 불법성은 모두 건너뛴 채, 검찰의 무거운 수사결과를 접하고도 측근에게 "퇴임 후나 개인의 이권을 고려했다면 천벌을 받을 일"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이후 의혹을 송두리째 부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실제 현직 대통령의 형사 소추를 면케한 헌법상 특권 덕분에 당장의 재판만 면한 신분인 박 대통령은 그간 수차례 검찰 출석 요청에 모두 불응했다. 그사이 청와대는 휴대전화 폐기·교체 및 각종 기록 삭제, 허위진술 요구 등 조직적인 증거 인멸에 나선 정황이 포착됐다. 변호인을 통해 변론 준비 명목으로 시간을 끌어 오다 막상 칼끝이 부딪혀 오자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앞으로도 일절 수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은 현재 재계 현안별로 박 대통령에 대해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 보강 수사에 착수했다. 세무조사, 검·경 수사, 인허가 등 정책 결정까지 무수한 옵션을 쥔 대통령을 바라보며 재계가 주머니를 열었다면 건건마다 구체적인 청탁이 뒤따르지 않았더라도 뇌물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다만 검찰에 주어진 시간이 짧다. 국회가 의결한 특별검사법과 국정조사가 임박했다. 박 대통령 측이 직접 특검 수사를 거론한 만큼 재의 요구(거부권 행사) 없이 이르면 12월 둘째 주면 수사권이 특검으로 옮아 간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르면 21일 오후 늦게 최씨나 청와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재판을 맡을 재판부를 정하고 본격적인 심리 준비에 착수한다. 박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씨 일가, 이들을 거든 청와대 참모진과 정부부처 고위직, 이권을 건넨 재계 등 의혹의 핵심 주인공은 동일한데 실체 규명에 나선 수사·재판기관이 번갈아 부르는 과정에서 오히려 속도가 더뎌질 수도 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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