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아 부회장의 지향점, 귀납적
방식의 '마이크로 어바니즘'
소프트 콘텐츠, 사용자 기반 설계
미래 세대 위한 '가변성'도 중요
김선아 한국도시계획가협회 부회장(㈜스페이싱엔지니어링 건축사무소 대표)이 도시계획에서 추구하는 지향점은 '마이크로 어바니즘(Micro Urbanism)'이다. 얼핏 들었을 때도 생소한 마이크로 어바니즘이라는 개념에 대해 김 부회장은 "한마디로 '귀납적'인 방식"이라고 표현했다.
마이크로 어바니즘은 '큰 것에서 작은 것으로' 진행되는 지금까지의 도시계획과 구조가 정반대다. 소위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가는 방식이다. 김 부회장은 "이때까지는 큰 공간구조를 만들고, 도로망과 교통 계획을 세운 뒤 작은 것으로 가는 방향이었다"며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도시화가 다 진행됐다. 이 시대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사용자의 수요, 라이프 스타일 등 '소프트 콘텐츠'에서 출발해 물리적 요소를 계획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용산 개발에서도 김 부회장은 소프트 콘텐츠가 우선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큰 빈 땅이 생기면서 그곳을 어떻게 채울지에 대한 것은 결국 미래에 누가 살 것이며, 어떤 콘텐츠를 넣어야 할지에 대한 고려가 함께 가야 한다"며 "시민들을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미래 수요에 대한 예측이 돼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개발 중인 공간에는 '미래를 위한 유보지'를 남겨 놔야 한다는 것이 김 부회장의 발상이다. 세상이 가까운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 부회장은 "미래는 (앞으로) 더 빠르게 바뀔 것인데 현재 우리가 하는 도시계획에 그런 것을 얼마나 반영시키고 있는지 큰 의문"이라며 "미래 세대에 맞는 도시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다 개발하려고 하지 말고 확실하지 않은 것은 남겨둬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미래 공간의 핵심은 '가변성'이라고 봤다. 고정돼 있지 않고 변형될 수 있는 공간이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에 수요가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김 부회장은 "중심업무지구(CBD)같은 경우 일과시간이 끝나고 밤이 되면 텅 빈 곳인데 입주자들은 24시간 계약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렇게 남은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쓸지 유연하게 상상하면 '용적률 상향'은 오히려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김 부회장은 이러한 가치가 서울이 지닌 역동성과 만나 향후 국제적 도시로 발돋움하는 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한때는 서울이 가진 역동성과 유연한 변화 가능성이 단점으로 비치기도 했다"면서도 "지금의 변화에 유연한 서울은 21세기 트렌드에 딱 맞다. 그것을 장점으로 삼고 선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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