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연설을 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 미국 45대 대통령 당선인 도널드 트럼프가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잠시 누그러졌던 '트럼프 공포증(트럼포비아)'도 다시 고개를 들며 미국 안팎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는 극적인 대선 승리직후 기존과는 다른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데 주력했다. 사회 통합을 강조하며 정적들과의 화해 분위기를 연출했고 독설을 쏟아냈던 트위터 계정 사용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신중 모드는 점차 엷어지고,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의 발톱이 점차 드러나고 있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2차례의 요직 인선에서도 이같은 분위기가 여실히 드러났다. 트럼프는 지난 18일 법무장관에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을 비롯해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DIA) 국장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오 하원의원을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각각 발탁했다. 이들 3명은 모두 이슬람권에 대한 거부감과 테러 용의자 물고문, 강력한 이민 규제를 선호하는 강경파로 통하는 인물들이다. 앞서 13일에도 트럼프는 백악관 비서실장 인사와 함께 수석전략가 겸 고문으로 백인 우월주의와 여성 차별적 언행을 일삼아온 최측근 스티브 배넌을 임명, 논란을 자초했다.지금까지 5명의 요직 인선 중 라이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 임명자 이외에는 모두 '트럼프 주의'에 충실한 매파들로 채워진 셈이다. 물론 트럼프는 미국 안팎의 우려를 의식해 향후 장관 인선 과정에서 온건파나 정적들을 일부 기용할 전망이다. 지난 19일에는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회동했다.대선 후보 출신으로 공화당 주류의 지지를 받아온 롬니 전 주지사는 대선 기간 트럼프를 '사기꾼이라 지칭하며 지지를 거부해왔다. 워싱턴 정가에선 롬니 전 주지사의 국무장관 기용설이 파다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일(현지시간) 자신이 소요한 골프 클럽에서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과 대화하고 있다. 외신들은 이날 트럼프가 골프클럽에서 각료 면접을 봤다고 보도했다. 베드민스터(미국)=EPA연합
하지만 트럼프는 20일에는 이너 써클의 대표주자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과 크리스 크리스트 뉴저지 주지사 등과 연쇄회담을 가졌다.트럼프 정부 요직 인선에서 롬니 전 주지사로 대표되는 공화당 주류나 온건파도 발탁돼 구색을 갖추겠지만 주도권은 '트럼프주의(트럼피즘)'를 주창해온 이너 써클 강경파가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한 상태다.미국 우선주의에 초점을 맞춘 정책 추진 기조도 점차 강경해지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13일 CBS방송 인터뷰에서 취임직후 300만명 안팎의 불법이민 범죄자를 우선 추방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트럼프 인수위 측은 이어 새정부가 출범하면 불법 체류자에 대한 추적과 색출 시스템을 전면 가동하며 미국 출입국자에 대한 추적 시스템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다짐했다. 트럼프 집권이후 보호무역에 대한 우려도 현실화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17일 트위터를 통해 '켄터키주의 포드 자동차 생산공장이 멕시코로 이전하지 않는다'면서 이를 '미국 일자리 지키기'를 강조해온 자신의 공으로 돌렸다. 트럼프 주변에서도 트럼프 집권 이후 자유무역에 기조를 둔 통상 정책은 전면 재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메시지를 거듭 내놓고 있다.
▲트럼프 트위터 캡쳐
최근엔 트럼프의 트위터 복귀도 화제다. 사용자제를 공언한 지 불과 며칠만에 트위터를 통해 특유의 선동과 독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이 인기 뮤지컬 '해밀턴'을 관람하러 갔다가 관중 야유와 출연 배우로부터 공개적인 충고를 받은 것과 관련, 19일 트위터를 통해 즉각 분풀이성 반격에 나섰다. 그는 해밀턴 출연진이 펜스 부통령에 대해 '매우 무례했다'면서 즉각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정권인수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발끈, 지난 16일 밤에도 트위터를 통해 "망해가는 뉴욕타임스의 기사는 완전히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SNL방송 캡쳐
트럼프가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이를 둘러싼 우려와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뉴욕과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등 주요 대도시 시장들은 일제히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우리 지역에서 이민 서류 미비자라해서 강제로 색출되거나 공적 서비스를 거부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이같은 불법자 보호도시들에 대해 연방 정부 예산 지원을 전면 차단하겠다"며 정면충돌을 예고한 상태다.대선및 의회 선거 완패로 충격과 혼란에 빠졌던 민주당도 최근 상하원 지도부를 재정비하는 등 본격적인 트럼프 정부 견제에 시동을 걸었다. 관망하던 중국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19일 트럼프 정부가 향후 자유무역 반대 정책을 실행에 옮길 경우 "미국은 물론 세계의 경제적 고통을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한편 외국과의 무역및 환율 전쟁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증시와 투자자들의 우려도 높아졌다. 트럼프의 당선 직후 신중한 행보와 1조달러 규모의 사회간접 자본 프로젝트 발표에 뉴욕 증시는 당초 예상과 달리 강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월가 전문가들은 향후 증시가 트럼프 당선 직후 급등했던 종목들을 중심으로 조정을 받을 수 있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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