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이청연 교육감의 '3억 뇌물' 미스터리

박혜숙기자

미스터리도 이런 미스터리가 없다. " 돈은 나를 위해 쓰였는데 나는 그 돈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른다". "뇌물의 수익자는 영장이 기각됐고 얻은 게 없는 공범은 구속됐다". 전자는 피고인 신분의 이청연 인천시교육감이요, 후자는 인천지검의 항변이다.이 교육감의 3억 뇌물 사건이 재판도 하기 전에 진실 공방으로 시끄럽다. 3억원의 실체를 모른다는 이 교육감과 그 돈의 수혜자가 이 교육감인 만큼 뇌물사건의 주범을 확신하는 검찰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 교육감은 2014년 선거 빚을 갚기 위해 자기 선거사무장인 A씨를 통해 한 사업가에게서 3억원을 빌렸다. 이후 채무변제를 독촉받자 A씨가 이 교육감을 대신해 3억원을 갚았다. 이 과정에서 A씨가 "(돈의 출처에 대해)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고 말해 어떻게 돈을 마련해 변제했는지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게 이 교육감의 주장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이 교육감은 고교 동창이며 50년 지기인 A씨가 어련히 알아서 잘 처리했을 것으로 믿었거나 믿고 싶었다고 해야 할까. 검찰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A씨가 3억원을 받아 이익을 취한 것도 아닌데 돈의 수혜자인 교육감에게 3억원의 출처에 대해 보고·승인 없이 혼자서 처리할 수 있겠냐는 상식적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면서 이를 뒷받침할 A씨의 진술을 확보했고, 다른 객관적 증거도 있다며 이 교육감의 뇌물혐의 입증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3억원이 뇌물이고 이 돈을 교육감의 선거 빚을 갚는데 썼다고 인정하는 공범들이, 그것도 3명이나 있는데 정작 뇌물 수혜자가 '모르는 일' 이라고 항변하니 검찰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다. 더 나아가 검찰은 '진보교육감에 대한 정치적 의도가 있는 수사다', '주민직선 교육감에 대한 무리한 법 집행이다'는 비판을 받으며 수사의 공정성과 신뢰성까지 의심받고 있다.이런 여론에는 두 차례 법원 영장기각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법원은 영장 기각 사유로 통상 '피의자가 도망하거나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다'는 데 그치지 않고, 뇌물 혐의와 지방교육자치법위반(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모두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검찰이 그토록 이 교육감의 범죄를 자신하는 것과는 상반된 판단이다. 그동안의 여러 뇌물사건을 보면 피의자가 혐의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검찰의 범죄사실 소명이 충분하다면 법원은 대체로 영장을 발부했다. 그렇기에 이 교육감의 경우처럼 영장이 두 차례나 기각됐다는 것은 검찰이 아직은 법원을 충분히 설득시키지 못했다는 방증이다.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 교육감은 불구속 된 만큼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받는 상태에서 무죄입증에 나설 것이고, 검찰도 기자브리핑에서 밝히지 못한 객관적 증거들을 들이대며 치열한 공방을 펼칠 것이다. 이미 양쪽 다 망신창이가 됐지만 그래도 마지막에 누가 자존심과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지, 그것이 참으로 궁금하다.박혜숙 사회부 차장 hsp066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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