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롯데그룹 총수일가의 경영비리 및 불법승계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총수일가 삼부자를 모두 법정에 세웠다. 공개수사 국면을 맞은 지 넉달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1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신격호 총괄회장(94), 신동빈 회장(61),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62)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국세청 세무조사, 롯데홈쇼핑 부정 재승인 관련 감사원 감사결과, 공정거래위원회 제재 및 각종 진정·제보, 언론 의혹제기 등을 토대삼아 롯데그룹을 내사해오다 조직적인 증거인멸 정황이 포착됨에 따라 지난 6월 10일 전방위 압수수색을 계기로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검찰 관계자는 “기업활동에 대한 지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사장기화 방지를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롯데그룹 총수일가는 신 전 부회장, 신 총괄회장의 사실혼 배우자 서미경(57)씨 모녀 등에게 최근 10년간 급여 명목 508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총수일가는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회장이 각각 일본, 한국 롯데 경영을 나눠 맡아 후계 구도를 형성하면서 이에 배제된 장녀 신영자 전 롯데복지재단 이사장(74), 서씨 모녀 등에게 급여 외 비상장주식, 사업 이권 등을 불법적으로 챙겨 온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2006년 신 총괄회장이 신 전 이사장, 서씨 모녀에게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동원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6.2%를 불법증여하며 증여세 2857억원을 포탈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재판에서는 우선 858억원 규모 조세포탈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부터 다투기로 했다. 롯데 측이 일본 지분가치 평가자료를 내놓지 않음에 따라 총수일가도 인정한 1156억원에서 기소중지한 딸 신유미씨 몫 298억원을 제한 금액이다. 검찰은 추후 국세청의 국제 공조 등을 통해 세액을 늘릴 예정이다. 신 전 이사장, 서미경씨는 이미 지난달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됐다. 대기업 사정(司正)으로 총수일가에서만 5명의 많은 인원이 재판에 넘겨진 것은 이례적이다. 총수일가와 더불어 롯데건설·롯데홈쇼핑 등 계열사 법인 및 임원 등 총 24명(6명 구속)이 기소됐다. 적발된 전체 범죄금액 3755억원 가운데 총수일가가 횡령으로 챙긴 규모만 1462억원으로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틈탄 심각한 수준의 기업 사유화·사금고화 행태가 드러났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포탈 세액이 늘어날 경우 범죄금액은 최대 5456억원에 달한다. 2013년까지 10년간 신 전 이사장, 서씨 모녀 등이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으로 챙긴 영업이익 778억원에 대해서는 특경법상 배임 혐의가 적용됐다. 2800억원대 매출을 거둔 매점에서 임대료 몫 30%만 거둬들여 손실을 감수했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수혜를 입은 총수일가 여성들과 아울러 이를 지시·수행한 신 총괄회장, 신 회장, 채정병 롯데카드 대표(66·사장)를 기소했다. 채 사장은 그룹 컨트롤타워 정책본부에서 재무·법무를 총괄하는 지원실장을 지냈다. 신 총괄회장은 보유 비상장 주식 94억원 어치를 계열사에 비싸게 떠넘긴 혐의(특경 배임)도 받는다. 신동빈 회장과 함께 정책본부 황각규 운영실장(61·사장), 소진세 대외협력단장(66·사장), 롯데홈쇼핑 강현구 대표(56·사장)는 매출 끼워넣기, 자본지원 등 롯데피에스넷에 대한 불법지원 행위로 471억원대 손실을 계열사에 떠넘긴 혐의(특경 배임)를 받는다. 검찰은 계열사 부당지원이 신동빈 회장의 경영실패 사례를 덮기 위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강 사장은 홈쇼핑 방송재승인 비리 혐의(방송법 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도 받는다. 경영 전반에 걸친 비리들도 적발됐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소송사기를 통한 220억원대 법인세 부정환급 외에 물량 줄이기를 통한 조세포탈, 끼워넣기를 통해 일본 롯데물산에 대한 50억원 규모 불법지원이 드러나 허수영 대표(65·사장), 기준 전 롯데물산 대표(70·구속), 김모 전 재무회계부문장(54)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롯데건설은 2013년까지 10년간 하도급업체를 동원한 302억원 규모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특경 횡령)가 적발돼 박모 상무(52) 등이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박 상무, 최모 상무보(50)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광고계열사 대홍기획의 경우 가공거래, 납품단가 과다계상 등 11억원 규모 법인자금 유용(특경 횡령)이 드러나 최종원 전 대표(59·부사장)가 재판을 받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경영권 승계구도에서 벌어진 총수일가의 회사 자금 빼먹기·이권취득, 횡령·배임, 계열사 불법지원, 조세포탈, 비자금 조성 등 총체적 비리를 규명하고 책임있는 사람들을 재판에 넘겼다”면서 “앞으로도 재벌 대기업 비리에 대해 엄정하게 계속 수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향후 법원 공소유지는 특수4부 조재빈 부장검사를 비롯한 수사검사 서너명이 맡을 계획이다.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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