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 감별기 구매하려 해도 본사 지원 없어 설치비용 부담
사진제공=CU
[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서울 종로구에서 CU를 운영하는 A점주는 최근 신분증 감별기 설치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앳된 얼굴의 미성년자들이 위조 신분증을 이용하거나 '지갑을 놓고 왔다', '성형했다' 등의 거짓말로 술과 담배를 버젓이 구매해가는 일이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A점주는 "미성년자에게 모르고 술, 담배를 팔았을 경우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위조신분증의 경우 알아보기도 힘들고 기기를 사는데 드는 비용에 대한 본사 지원도 없어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편의점 CU 점주들이 위조 신분증을 이용해 술, 담배를 구입하는 미성년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쟁사인 GS25와 세븐일레븐과 달리 신분증 감별기 구매에 대한 본사측 지원도 없어 점주들이 관련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CU 1만여개 점포 중 신분증 감별기 설치를 한 곳은 극히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분증 감별기는 성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장비로 스캐너와 지문인식를 이용해 2초 내에 모든 검사를 마칠 수 있다. 현행법상 영업주가 청소년임을 확인하지 못하고 술ㆍ담배를 판매한 경우 영업정지 등의 처벌을 받게 된다. 신분증 감별기는 신분증에 대한 정확한 검사내역을 영업주가 증명할 수 있는 장비다. 설치 비용은 대략 50만~100만원 수준이다. 영세한 점포의 경우 점주가 전체 비용을 감내하면서 설치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액수다. CU의 경우 본사의 지원이 없어 기기 설치를 꺼려하는 점주들이 상당수다. 매출이 높은 점포의 점주들은 생존권을 위협받을 수 있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전액 부담해서 설치하고 있다. CU를 운영하고 있는 B 점주는 "한번은 미성년자로 보이는 학생이 93년생이라고 적힌 위조 신분증을 가지고 술, 담배를 구입하려고 하기에 경찰에 신고했다"며 "갈수록 위조 신분증을 쓰는 청소년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점주들은 육안으로 위조 신분증을 가려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점포의 C점주는 "위조 신분증을 가려내는 것은 모래알 속에서 바늘을 찾는 것만큼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경쟁사인 GS25와 세븐일레븐은 신분증 감별기를 본사측에서 대량 구매시 할인해주거나 기기비용을 지원해주는 것으로 전 점포에 기기 설치를 장려하고 있다. 제품 구매 이후 추가비용이 소요되지 않아 기계값 완납 시 제품은 점주 소유가 된다. GS25 관계자는 "접수를 원하는 점주들이 늘고 있다"며 "지난해 10월 2000점포 대상으로 시행한 이후 매월 평균 80~100개씩 점포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대량 구매 계약을 맺어 기계 구매 비용을 낮출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신분증 감별기 생산업체인 싸이패스 관계자는 "GS25 점주의 경우 본사측에 문의하면 30만~40만원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설치비, 유지보수비용도 모두 본사가 부담한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도 지난 4월 신분증 감별기 지원 서비스를 본격 시행한 결과 점주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기기비용의 10% 이상을 지원해주고 있으며 현재까지 신분증 감별기를 설치한 점포수는 594여개다.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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