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經官言 내부자들…'몸통'은 어디에초호화 요트·명품 핸드백, 가십만 요란한 수사 넉달째분식회계·무책임경영·감시부실, 기업 부패·비리의 끝판왕[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지난 6월8일.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특수단) 검사와 수사관 150여명이 서울 남대문로 대우조선해양 본사와 거제 옥포조선소,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등 10여곳에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개시했다. 검찰은 그동안 대우조선이 부실 경영을 숨기기 위해 분식회계를 하고, 전직 경영진이 이를 은폐했다는 정황을 확보해 불법 행위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를 개시했다. 지난해 7월 대우조선은 2분기 잠정실적에서 3조원이 넘는 적자를 봤다고 발표했고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ㆍ현직 임원과 고문 13명이 줄줄이 사퇴했지만 그해 9월 국회 정무위원회 등에서 대우조선의 분식회계 의혹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검찰이 이날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대우조선의 비리를 정조준하며 본격 수사에 들어간 지 100일이 지났다. 당초 석 달 정도를 예상했던 수사는 추석 연휴를 지나면서 넉 달째로 접어들었다. 검찰은 그동안 수사를 통해 대우조선 전직 경영진의 방만 경영과 비리를 파헤치고, 정ㆍ관계 비호 세력 등을 규명하고 있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부실관리와 워치도그(감시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회계법인 등 대우조선 사태는 들여다보면 볼수록 회사 전체를 둘러싼 무능과 무책임, 비리의 고리가 얽히고설킨 '부패와 무책임의 결정판'이다. ◆주인 없는 회사,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대우조선의 부실은 조선업의 위기로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이 투입되면서 드러났다. '주인 없는 회사'인 대우조선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4조50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다. 2014년까지는 조선 '빅3'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다고 자랑해 오다 올 들어서야 2013년과 2014년 장부를 대규모 적자로 수정했다. 남상태 전 사장(2006년 3월~2012년 3월 재임ㆍ구속)과 고재호 전 사장(2012년 3월~2015년 5월 재임ㆍ구속) 등은 재임 당시 고의적인 분식회계를 통해 손실을 감췄다. 그러면서도 남 전 사장은 퇴임 뒤 2년간 고문 자격으로 5억원 이상을 지원받고, 고 전 사장은 1년에 많게는 9억원의 보수를 챙겼다. 대우조선을 이 지경으로 만든 책임자들은 검찰 조사를 통해 드러나기 전까지 방만 경영과 연임 로비 등 '그들만의 파티'를 즐겼다. 결과적으로 산업은행은 묵인, 방관, 동조했고 외부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은 부실 감사로 가세했다. 대우조선 수사 초기 검찰은 분식회계와 경영진 비리에 집중했다. 분식회계가 있었다면 언제부터 얼마나 있었는지, 경영진이 사익을 추구해 회사에 손해를 입힌 게 얼마나 되고, 어떠한 이들이 부당한 이득을 챙겼는지가 수사의 핵심이었다.
◆대우조선 비리 몸통은 홍보대행사 대표?= 대우조선 비리가 진행되면서 수사의 본질이 흐려지고 가십성 이슈가 전면에 등장했다. 홍보대행사 뉴스커뮤니케이션스의 박수환 대표가 등장하면서다. 박 대표는 지난 12일 구속기소 됐다. 사회 고위층 인맥을 내세워 대우조선 등 기업에서 수십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변호사법 위반)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 혐의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박씨가 처음으로 등장한 건 지난 6월 말이다. 박씨는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과의 친분과 정ㆍ관계에 구축한 인맥을 활용해 대우조선 경영진 비리에 깊숙이 연루했다는 혐의를 받아 왔다. 박 대표를 정점으로 남 전 사장을 비롯해 민 전 산업은행장,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 바이오 업체 대표 김모(구속기소)씨 등은 각종 비리와 의혹으로 얽히고설켜 있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에 이어 청와대까지 나서 폭로전에 가세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흘러나온 명품 핸드백ㆍ시계, 고가 와인, 호화 출장, 특혜ㆍ낙하산 채용 의혹 등은 눈과 귀를 자극했다. 가십이 난무하는 '박수환 게이트'에 이목이 집중됐다. 대우조선을 총체적 부실로 몰고 간 몸통은 어느새 잊힌 것이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조선ㆍ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 청문회에 참석한 신대식 전 대우조선 감사실장(전무)은 "내부통제시스템의 붕괴"를 대우조선이 망가진 내부 원인으로 지적했다. 정치권, 청와대 등의 낙하산 인사가 요직을 차지하고 내려오면서 관리감독과 견제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는 것이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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