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월부터 삼성전자 등기이사 자리에 오른다. 삼성그룹 내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의사결정을 더 빠르게 진행하고, 오너로서 책임경영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삼성전자는 12일 이사회를 열고 이재용 부회장을 등기이사로 선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음달 27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이 부회장이 이사로 선임되면 그날부터 등기이사로서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대기업 오너 일가들은 연봉 공개에 대한 부담과 법적 책임 등으로 등기이사직을 맡지 않는 사례가 많다. 삼성그룹 역시 그룹 내에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유일하게 등기이사 자리에 올라 있었다. 그러나 올해 초 자본시장법이 추가 개정되면서 대기업 총수와 대주주 역시 등기임원이 아니라도 연봉공개 대상에 포함되게 됐고, 2018년부터는 연봉공개를 피할 수 없었던 만큼 조금 시기를 당기는 것이 큰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회사에 대한 책임도 더 커진다. 등기이사에 오르게 되면 상법 399조에 따라 회사에 대한 일정한 의무와 책임을 지게 된다. 재계에서 오너가가 등기이사 자리에 오르는 것을 피했던 경우가 많은 만큼, 앞으로 책임경영이 트렌드가 될 지 주목된다.삼성 측은 그동안 이사회가 여러 차례에 걸쳐 이 부회장에게 등기이사직을 맡을 것을 권유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사회는 "이재용 부회장이 COO(최고운영책임자)로서 수년 간 경영전반에 대한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며 "이건희 회장 와병 2년동안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실적반등, 사업재편 등을 원만히 이끌며 경영자로서의 역량과 자질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선임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변화무쌍한 IT 사업환경 아래 미래 성장을 위한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 핵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재편, 기업문화 혁신 등이 지속 추진돼야 하는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이사 선임과 공식적인 경영 참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근 갤럭시노트7 사태 등 여러가지 삼성전자 관련 이슈가 불거지고 있는데다, 인수합병과 투자가 빠르게 진행돼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 역시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더욱 앞당긴 이유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삼성물산의 등기이사로 오를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지금껏 적을 둔 조직이 삼성전자며, 그룹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계열사인 만큼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오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등기이사로 선임되면 이 부회장은 앞으로 사업, 투자 등 결과에 대한 책임이 더 강해지며 연봉역시 특정 시점마다 공개해야 한다. 현재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COO 자격으로 연봉을 지급받고 있다. 임시주주총회에서 이 부회장의 이사 선임에 맞춰 경영지원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이상훈 사장(CFO)은 이사직을 사임한다.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5명의 현 체제를 유지한다. 이상훈 사장이 이사직을 사임하는 이유는 이사회 구성 상 사외이사 비중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이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는 이사회에서 프린팅솔루션 사업을 동 분야 세계 1위인 미국 HPI에 사업부문 일체를 포괄양도하는 방식으로 매각하기로 결의했다.11월 1일자로 우선 삼성전자 프린팅 사업부가 분할되며, 자회사를 신설하는 절차를 거쳐 1년 내 이 회사 지분 100%와 관련 해외자산을 HPI에 매각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프린팅 사업을 HPI에 매각한 후에도 국내에서 당사 브랜드로 프린터 판매를 대행하기로 합의했다.이날 오후 윤부근 삼성전자 CE부문 사장 등은 수원사업장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프린팅사업부 분할과 향후 비전에 대해 설명했다. 삼성전자 내부 직원들이 직원들에게 공지하지 않고 매각 등을 단행하는 것에 대해 반발할 것을 고려해 설명회를 연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프린팅 솔루션 사업 부문은 지난해 매출 2조원으로 국내 수원사업장과 중국 생산거점, 해외 50여개 판매거점 등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외 종업원 수는 약 6000여명에 달한다. 프린팅 사업부는 임시주총과 11월1일 자회사로 분할하는 절차를 거쳐 1년 내 매각을 마무리할 계획이다.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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