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떠도는 한진해운 선박은 90여척에 이른다.[사진은 한진해운 소속 선박]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지 9일째가 되고 있지만 현장에서의 해운물류대란이 진정되기는커녕 악화되고 있다. 현대상선이 9일부터 대체선박을 투입하고 있지만 15조원 어치의 화물을 싣고 전 세계 바다위에서 떠돌고 있는 한진해운 소속 선박의 화물운송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과 채권단이 법정관리를 맡고 있는 법원의 요청에도 한진해운 지원에 대해 난색을 표명한데 이어 한진그룹의 총 1000억원 규모의 한진해운 자금수혈계획도 이날 대한항공 이사회에서 재논의되면서 긴급한 자금수혈도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가운데) 등 정부가 해운대란 위기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이 적고 늑장대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진해운 선박 70%는 비정상…압류 늘고 피해는 1억달러넘어 한진해운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기준으로 운항 선박 128척 중 89척(컨테이너선 73척ㆍ벌크선 16척)이 26개국 51개 항만에서 정상운항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선박에는 8000여곳의 화주의 40만개의 컨테이너, 약 140억달러(약 15조원)의 화물이 실려 있다. 이미 220여개 수출 기업의 1억달러 어치 화물이 운송에 차질을 빚고 있다. 영국 해운전문지 로이즈리스트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빌려서 운영하던 선박인 한진 캘리포니아호가 최근 호주 보타니항에서 압류됐다. 이로써 압류된 한진해운 선박은 한진 캘리포니아호를 비롯해 싱가포르, 중국 상하이ㆍ선전 등 총 4척이다. 미국, 일본, 영국에서는 한진해운이 선박 압류를 막기 위한 압류금지명령(스테이오더)을 신청해 발효됐다. 싱가포르와 독일, 네덜란드는 곧 신청할 예정이다.-한진그룹 이사회 오늘 속개…지원여부 논의대한항공은 이날 이사회를 다시 열어 한진해운 지원안을 논의한다. 앞서 지난 6일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의 400억원 사재 출연과 함께 그룹 차원에서 600억원을 마련해 총 1000억원을 한진해운에 지원키로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 8일 이사회를 열어 한진해운에 대한 600억원 자금 지원안을 통과시키려 했지만 지원규모와 배임죄소지 등에서 이견이 있어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미 정부와 채권단은 회생절차를 관리중인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받은 한진해운에 대한 대출제공요청을 거부했다.
지난 6일 열린 한진해운 대책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당정은 한진그룹의 담보제공을 조건으로 장기저리자금을 지원키로 했지만 한진그룹은 이날 1000억원을 직접 조달해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협의회에 참석한 이정현 당대표(오른쪽 두번째)와 김영석 해수부 장관(오른쪽 첫번째), 김광림 정책위의장(가운데) 등.
-美법원 자금조달계획 시한…다급한 美 당국자도 방한 한진해운 선박의 압류금지 결정을 내린 미국 뉴저지주 연방파산법원은 이날까지 미국 내 채권자 보호를 위한 자금조달계획을 세워 제출하라고 한진해운에 요구한 상황이다. 한진해운이 자금조달계획을 제출하지 못해 미국 법원이 회생절차를 승인해 주지 않으면 미국 내 항만을 이용하지 못해 물류대란을 해결하기 어렵게 된다해운업계는 정부와 채권단, 한진그룹의 추가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수출ㆍ물류대란이 장기화되고 이달 말부터 선적이 예정된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추수감사절 이후 대규모 세일시즌)를 시작으로 한 연말연시 특수를 잃어버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진해운의 71개 컨테이너 노선 가운데 북미가 차지하는 비중이 28%에 이른다. 미국의 태평양 연안 물동량 가운데 한진해운이 차지하는 비중은 8%다.미국에서도 한진해운 사태로 상품 유통에 잡음이 생기면서 추수감사절부터 연말까지 이어지는 본격적인 쇼핑 시즌에 소비자와 소매업체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소매업경영자협회는 상무부와 연방해사위원회(FMC)에 서한을 보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물류 차질이 심각하다며 한국 정부, 항만 등과 협의해 조속히 해결해 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미국 상무부 당국자들도 긴급히 방한해 우리 정부 측과 만나 물류 차질 해소방안을 모색한다.상황은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해운산업의 위기의 원인을 찾아보고 대책을 모색해보자고 만든 청문회에서는 정부와 한진그룹간에 책임공방만 벌어지고 있다. 전날 열린 조선ㆍ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 청문회에서 정부는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따른 물류대란에 한진 측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진 측은 채권단 요청에 대부분 협조했고 정부가 요청했다고 주장한 운송정보는 요청받은 적이 없다고 맞서면서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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