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노브랜드', 입주민은 부글부글

아파트 브랜드명 없고 외벽색 통일해야 명품도시인가요?

행복청 엄격규제에 재산권 침해 논란건설사들도 "다양한 시도 제한" 불만[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아파트 외벽 규제가 너무 심합니다. 색깔을 제한하는 것도 모자라 브랜드를 표시하지 못하게 하다니요. 명백한 재산권 침해 아닌가요. 브랜드가 다르고 분양가도 차이가 나는데 다 똑같은 모습을 갖게 하는 규제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세종시 아파트 입주민) "브랜드를 표기하도록 해놓으니 이것이 공동주택 가치 판단의 기준이 되고 있어요.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 브랜드 표기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또 생활권별로 특색을 살리기 위해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고 지침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관계자)세종시에 입주한 아파트는 다른 도시의 아파트와 확연하게 구분된다. 외관에 아파트 브랜드 표시가 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주소에도 브랜드는 들어가지 않고 마을명과 단지, 동ㆍ호수만 표기한다. 생활권별로는 외벽 색을 유사하게 통일하도록 한다. 이렇다 보니 주요 건설사들은 고유의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전문가를 동원해 색깔 정책을 만들어 놓고도 세종시에서만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인허가권을 가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도시 전체 미관을 고려해 철저하게 관련 지침을 제정ㆍ운용하고 있어서다.행복청의 이 같은 조치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계획 수립 단계부터 지속되고 있다. 행복청은 2007년 4월 '행정중심복합도시 통합이미지 형성방안'이라는 이름의 연구보고서를 바탕으로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했다. 또 생활권별로 도시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제시,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행복청은 행정중심복합도시를 명품도시로 만들기 위한 방안이라고 강조한다.그러나 최근 주민들 사이에선 행복청의 이 같은 규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도시 미관도 중요하지만 아파트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세종시 주민들이 의견을 나누는 포털의 커뮤니티에선 "아파트가 전부 똑같아 개성이 없고 미적 감각도 없다" "1990년대 아파트나 지금 짓는 아파트나 외관이 천편일률적이고 옛날이나 지금이나 차이점이 없다"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주민들의 의견은 시공사의 규모에 따라 엇갈린다. 현재는 행복청이 아파트 분양가를 엄격히 규제해 시공사와 상관없이 웃돈이 붙고 있다. 하지만 도시 조성이 마무리되면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아파트 브랜드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는 "토지 공급 방식 특성상 중소 건설사들의 물량이 절대적으로 많다"면서 "이 때문에 대형 건설사 브랜드의 희소성이 높다"고 전했다.건설사들도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행복청의 의도는 잘 알겠지만 가이드라인을 너무 세세하게 제시하고 있어 오히려 민간이 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들이 제한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행복청 관계자는 "관련 지침은 전문가들이 만든 보고서를 바탕으로 수립한 것"이라며 "앞으로 남아 있는 택지는 민간의 아이디어를 반영한 설계공모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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