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I '천황폐하 만세 삼창'은 내부고발 사건…선제적 익명보장안 마련은 과제
'공익신고자 보호법' 소개 자료(제공=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이번 사건에서 소관 부처인 국무조정실이 조속한 사실파악과 수습 의지를 갖고서도 조사가 길어졌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내부고발'이라는 특수성 때문이다.이정호 KEI 센터장은 올해 1월 초 부임했다. 그리고 문제의 발언이 나온 시점은 약 보름 뒤인 14일이다. 그것도 자신이 담당하게 될 센터 직원들과의 1박2일 대부도 워크숍 자리에서였다. 직원들은 갓 부임한 신임 센터장이 만찬 자리에서 각종 친일 발언에 이어 '천황폐하 만세 삼창'을 제안하는 등 기행을 펼치자 아연실색했고, 이는 언론 제보로까지 연결됐다. 이를 통해 전해진 당시 상세 정황과 이 센터장의 추가 친일 발언 등은 워크숍을 참석했던 내부자가 아니라면 알기 힘든 내용들이었다.이 사건이 아시아경제를 통해 처음 알려진 직후 내부고발임을 가장 먼저 인지한 곳 역시 다름 아닌 KEI다. 보도 당일 당사자 진술에만 의존해 황급히 '사실이 아니다'라는 거짓 해명을 내놓고, 곧바로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색출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직원들 사이에서는 '누가 말한 것 같다'는 의심이 서로 오갔다. 당연히 내부고발자는 극도로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이는 향후 조사 주체가 국조실로 확대된 뒤에도 증인 확보를 더디게 만든 요인이 됐다.현행법에는 엄연히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는 법안이 존재한다. 2011년 9월 시행된 '공익신고자 보호법'이다. 주요 내용은 ▲공익신고 의무 및 방법 ▲국가·지방자치단체·기업의 공익신고자 보호 ▲공익신고자에 대한 불이익조치 금지 ▲내부 공익신고자에 대한 보상·구조금 등이다.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법과 멀다. 당장 내부고발자임이 알려지면 조직에서 손가락질 받거나 심지어 해고당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법을 기반으로 소송을 제기한다 해도 결과를 받아들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걸린다. 그 사이 이미 내부고발자라는 낙인이 찍혀 사실상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렵다. 이 같은 '법 테두리 밖 차별'이 내부고발자를 궁지로 내몰게 된다.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내부고발자에 대한 익명성 보장이 절실하다. 철저한 익명이 바탕되지 않는 한 적극적인 내부고발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비밀보장과 신변보호 관련 법 조항은 마련돼 있다. 그러나 후속적 비밀보장이 아닌 '선제적 익명 보장'이 핵심이다.가장 선진적인 공익신고 관련 법안 보유국으로 평가받는 영국의 경우 신고자가 스스로의 양심에 따라 신고했다면 직접 사실관계를 나서서 증명할 필요조차 없다. 관련 기관의 조사 의무만 있을 뿐이다. 심지어 신고 내용이 틀렸다 하더라도 그 의도가 신의에 따른 것이었다면 법에 의해 보호받는다. 미국은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당사자 신분은 철저히 가린 채 법적 대리인을 통한 신고를 허용하고 있다. 이른바 '휘슬 블로어(whistle blower·내부고발자)'가 활발히 움직일 수 있는 이유다.이번 '천황폐하 만세 삼창' 사건은 공직기강 문제임과 동시에 '내부 공익신고' 시스템 재구축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내부고발자에 대한 선제적이고 강력한 익명 보장안 마련은 남겨진 과제다.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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